우리말 글쓰기(3교)_김현제



우리말 글쓰기

능동의 우리말, 능동의 사고


들어가며

매일 한 편 이상의 글을 쓰고 수 편 이상의 글을 읽는다. 업무용 이메일처럼 목적이 뚜렷한 글, 때때로 떠오르는 생각을 적은 단상, 놓치기 싫은 감상을 담은 시적 메모나 수필, 필요에 따라 지식을 탐색하고 정리한 논리적인 글, 그리고 소소한 일기까지. 매일 이토록 다양한 글을 몇 편씩 쓴다. 읽기는 그보다 더하다. 이메일, 결재서, 보고서, 회의록, 논문, 기사, 논설 그리고 그때마다의 관심사를 담은 책까지 적어도 하루의 2할은 읽는데 쓴다.

매일 쓰고 읽으며 적잖은 불편함을 느낀다. 분명 한글로 써 있으나 쉽게 읽히지 않는 불편함, 나아가 우리말로 느껴지지 않는 불편함이다. 틀린 문장이나 불완전한 문장, 자기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고 쓴 글은 차치하고, 글쓴이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는 것들 중 상당수에서도 불편함을 느낀다. 중언부언하는 문장, 불필요한 수동태 투성이 문장, 주술이 불분명한 문장, 다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문장 등이 나의 심기를 어지럽힌다. 이 중에서도 특히 무심코 쓰는 수동태의 폐해는 단지 못쓴 글에 그치지 않는다. 사람의 정신마저 병들게 하지 않을까 염려스러울 지경이다.

일을 해야 삶을 유지하는 생활인으로서, 조직을 경영하는 경영자로서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신입 사원과 간부 승급자를 대상으로 글쓰기 강의도 직접 한다. 그러나 여러 제약이 있어 나름 필수라고 생각하는 것만 꼽아서 주입식으로 전달하는 긴급 조치식 교육에 머물러 있다. 예컨대 좋은 글의 조건(쉽게 읽히는 글이 좋은 글이다), 좋은 문장의 조건(간결, 명료, 완결성을 갖춰야 좋은 문장이다), 흔히 잘못 쓰는 외국어식 표현(일본어 투 표현, 영어식 수동태 표현, 불필요한 한자어 남용 등), 주제의식 다듬기, 글의 구조 읽기 쉽게 만들기 정도를 쏟아내듯 떠들어도 두 시간이 부족하다. 이메일 작성 요령, 보고서 작성 요령 등 일터에서 주로 사용하는 글쓰기 교육에 추가로 두 시간은 더 써야 한다. 교육 말미에는 수강자들에게 글쓰기 과제를 주고 일일이 첨삭해 주는데 보통 몇 주가 걸린다. 그렇게 해서 조금 나아지기는 하나 돌아보면 언제나 마뜩잖다.

언젠가 기회가 있을 때 우리말 글쓰기를 제대로 공부하고 전파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틈틈이 우리말 글쓰기를 공부하고 메모를 쌓아왔다. 김흥식 선생이 쓴 『우리말은 능동태다』라는 책을 접했을 때에는 세상에 나와 이토록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며 속으로 환호했다. 그렇게 여러 문헌을 파고들던 무렵이었다.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 어제서문(御製序文)에 남기신 말씀이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랏말씀이 중국과 달라 문자끼리 서로 맞지 아니하다. 이런 까닭으로 어리석은 백성이 이르고자 할 바가 있어도 마침내 자신의 뜻을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으니라. 내 이를 위하여 가엾게 여겨 새로 스물 여덟 자를 만드노니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쉽게 익혀 날마다 쓰기에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우리 글자는 우리말(나랏말씀)에 맞추어 만든 것이다! 우리 글자는 우리말을 옮기는 도구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글을 잘 쓰려면 먼저 우리말을 잘 알아야 할 것이요, 우리말을 쉽게 쓰기 위해 만든 우리 글자의 원리와 창제 정신을 알아야 할테다. 그래서 훈민정음 해례본을 공부했다. 지금까지 내가 해 온 교육에서 바로잡아야 할 것들과 추가해야 할 것들이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글 바로 쓰기를 위한 공부를 계속했다.

이 글은 일단의 공부의 결과이자 배우기 쉽되 본질에 충실한 우리말 글쓰기 교육 과정을 만들기 위해 쓴 기초다. 단지 글을 잘 쓰는 차원을 넘어 우리말의 특징을 이해하고 그 정신을 살려 자연스러운 글을 쉽게 쓰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자연스러움을 넘어 아름다운 글을 쓰는 사람이 많아지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그래서 흠모하는 문장가 김훈 선생의 글쓰기 철학을 허락 없이 빌려왔다. 이왕 그리 한 김에 연암 박지원 선생과 혜환 이용휴 선생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이분들의 문장은 한문이니 우리말 글쓰기와 무슨 관계냐 의아해할 수 있겠으나 ‘우리말’보다 ‘글쓰기’에 방점을 두고 전범으로 삼고 싶었다. 만약 내 분석과 주장이 선현들의 뜻에 어긋난다면 이는 전적으로 내 공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내 주장에 의구심이 들면 참고문헌을 찾아보기를 권한다.

한 가지 일러둘 것이 있다. 이 책은 한 가지 결로만 흐르지 않는다. 사상을 다룬 글과 실무를 위한 매뉴얼 그리고 김훈·박지원·이용휴 세 문장가를 읽는 평론을 한 자리에 모았다. 각각 다른 시기에 각자 다른 착상을 적어 둔 메모에서 출발한 까닭이다. 한 권으로 묶기에는 결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런데도 묶었다. 우리말 글쓰기를 제대로 익히려면 셋 모두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상이 없으면 매뉴얼은 잔기술에 그친다. 매뉴얼이 없으면 사상은 공허해진다. 전범이 없으면 둘 다 길을 잃는다.

큰 흐름은 이렇다.

  • 뿌리(1~2장): 훈민정음의 정신
  • 뼈대(3~4장): 한국어 고유의 능동적 구조와 언어 순화
  • 본보기(5~7장): 김훈·박지원·이용휴
  • 매듭(8~9장): 세 문장가의 교차점과 결론
  • 부록: 교육 과정과 실습용 문제은행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어도 좋고, 자기에게 가장 필요한 것만 골라 읽어도 좋다. 길잡이를 덧붙인다.

  • 당장 자신의 글쓰기를 바꾸려는 직장인이라면 3장과 4장을 먼저 읽고 부록으로 건너뛰어도 좋다. 오늘 쓰는 이메일과 보고서가 달라질 것이다
  • 우리말 글쓰기를 깊이 있게 알고 싶은 독자라면 1장부터 차례로 읽기를 권한다. 언어와 사고의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할 계기를 제공해줄 것이다
  • 글쓰기를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부록과 별첨을 먼저 보아도 무방하다. 어느 길로 들어서든 출발점은 본문이라는 점만 잊지 말기를 당부한다

1. 우리말 글쓰기의 철학적 기원과 오늘날 과제

우리말 글쓰기는 단순히 문자를 나열하는 행위가 아니다. 세종대왕이 주창한 훈민정음의 창제 정신을 잇고 우리말의 고유한 짜임을 실현하는 지적 실천이다. 『훈민정음』의 어제서문(御製序文)과 정인지 서문에서 읽어낼 수 있는 자주(自主), 애민(愛民), 실용(實用)의 정신은 언어가 지배층의 전유물이 아닌 모두의 소통을 위한 도구여야 함을 강조한다.[1] 여섯 세기 전 세종이 진실로 가엾게 여긴 것은 글자의 부재가 아니라 백성이 제 뜻을 펴지 못하는 처지였다. 글자는 백성을 그 딱한 처지에서 벗어나게 해 주기 위한 방편이었다.

오늘 우리는 글자를 가졌다. 그러나 그 글자를 가지고 우리말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묻고 싶다. 한자어 남용과 일본어 투 표현, 영어 번역 투 문장과 수동태 범벅인 글은 분명 한글로 적혀 있으되 우리말이라 부르기 어렵다. 수동 표현의 남용과 불필요한 한자어 혼용은 문장의 주체성을 흐리고 소통의 효율을 떨어뜨린다. 교착어[2]가 지닌 풍부함과 유연성, 그리고 능동적 사고 체계가 이런 글에서는 거의 살아나지 못한다. 글자는 갖추었으되 말이 흐려진 셈이다. 우리말 글쓰기를 새로 묻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 흐려짐은 문체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말의 주체가 흐려지면 글이 가리키는 세상의 주체도 흐려진다. ‘문제가 제기되었다’고 쓰면 누가 그 문제를 제기했는지가 문장 밖으로 밀려난다. ‘~할 수밖에 없었다’고 쓰면 다른 길을 따져볼 여지가 지워진다. 수동 문체가 글에 쌓이면 책임을 묻는 의식이 설 자리가 좁아진다. 그러므로 능동의 말을 되찾는 일은 단지 문장을 다듬는 차원의 일이 아니다. 글이 책임의 주체를 단단히 세우게 만드는 일이다. 훈민정음의 자주 정신이 오늘의 글쓰기 교육과 만나는 자리도 바로 여기다.

이 글은 이런 문제의식 위에서 우리말 본연의 힘을 회복하기 위한 글쓰기 교육의 실행을 염두에 두고 썼다. 이를 위해 『훈민정음』의 제자 원리, 교착어로서 한국어가 지닌 조사의 미학과 서술어 중심의 능동적 문장 구조를 분석한다. 또한 국립국어원의 『일본어 투 용어 순화 자료집』과 번역투 문장의 폐해를 지적하는 문헌을 적극 참고하여 우리말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고자 한다. 이어서 작가 김훈 선생이 견지해 온 간결체의 미학을 통해 문장의 경제성과 완결성을 확보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탐구한다. 그리고 이전 시대의 대표 문장가 박지원 선생과 이용휴 선생이 보여준 권위와 관습을 타파하고 오직 자신의 관찰과 개성으로 쌓아 올린 진정성 있는 글쓰기 방법론을 더해 우리말 글쓰기 기초 교육 과정을 제안한다.

2. 훈민정음 창제 정신의 현대적 계승

2.1. 자주, 애민, 실용의 언어 철학

훈민정음 창제는 당시 지배적 언어 질서였던 한자 문화권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사건이다.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자와 서로 사맛디 아니할새”로 시작하는 어제서문(御製序文)에서 세종대왕은 언어와 문자의 불일치가 초래하는 불통의 문제를 직시했다. 이는 현대 글쓰기 교육에서 ‘자신의 생각에 맞는 가장 적절한 표현을 찾는 주체적 태도’로 재정립할 수 있다. 자주 정신은 번역투나 외래 문체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말의 고유한 논리 구조인 능동적 문장을 구사할 때 비로소 바로 세울 수 있다.

애민 정신은 소통의 평등을 의미한다. 어제서문 “어린 백성이 니르고져 홀 배 이셔도 마침내 제 뜻을 시러 펴디 못할 놈이 하니라. 내 이를 위하여 어여삐 녀겨”에서 세종의 백성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이는 다시 “날로 쓰매 편안케 하고져 할 따름이니라”는 선언에 이르러 실용 정신으로 이어진다.

실용 정신은 소통의 평등과 손쉬운 사용을 의미한다. 정인지 서문은 “지혜로운 자는 아침나절이 되기 전에 이해하고, 어리석은 자도 열흘이면 배울 수 있다”고 기록하며 문자의 접근성을 강조했다. 글쓰기 교육에서 이는 ‘이해하기 쉬운 문장’, ‘중언부언하지 않는 명료한 문장’으로 재정립할 수 있다. 김훈 작가가 강조하는 ‘사실 중심의 서술’과 ‘수사적 군더더기 제거’는 바로 이러한 실용적 소통 철학의 현대적 실천이라 할 수 있다.

2.2. 제자 원리에 담긴 능동적 우주관

『훈민정음 해례본』의 제자해(制字解) 첫머리는 “천지의 도는 오직 음양과 오행뿐이다(天地之道 一陰陽五行而已)“라고 선언하고, 태극에서 음양이 갈라지고 오행이 펼쳐지는 과정을 서술한다. 김주원 교수는 이 대목의 사상적 배경으로 주돈이(周敦頤)의 『태극도설(太極圖說)』과 소옹(邵雍)의 『황극경세서(皇極經世書)』를 지목한다.[1] 소옹은 “성음(聲音)의 수를 안 뒤라야 만물의 수를 관찰할 수 있고, 성음의 이치를 안 뒤라야 만물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다”고 주장한 철학자다. 세종은 이 사상을 받아들여 사람의 말소리 자체에 우주의 이치가 담겨 있다고 보았다. 자음의 제자 원리가 이를 구체화한다. 제자해는 목구멍(喉)을 물(水)에, 혀(舌)를 불(火)에, 이(齒)를 쇠(金)에 대응시켜 발음 기관과 오행(五行)을 연결했다. 글자를 만드는 행위 자체가 우주의 생성 원리를 사람의 몸에서 재발견하는 작업이었다.

세종대왕은 모음의 제자 원리에서 사람의 위치를 더 직접 드러냈다. 정음의 모음은 천(·), 지(ㅡ), 인(ㅣ)의 삼재(三才)를 기반으로 한다. 둥근 하늘(天圓)을 본뜬 점(·)과 평평한 땅(地平)을 본뜬 가로획(ㅡ), 그리고 서 있는 사람(人立)을 본뜬 세로획(ㅣ)이 그것이다.[3] 여기서 사람(ㅣ)은 하늘과 땅 사이에 놓인 수동적 존재가 아니다. 역경(易經)에서 말하듯 하늘의 원리(양)와 땅의 원리(음)가 사람을 통해 비로소 만나는 것이다. 사람이 주체적으로 서서(立) 하늘과 땅을 잇는 형상, 그것이 ‘ㅣ’의 꼴이다. 유학(儒學), 특히 공문(孔門)에서 설 립(立)자의 의미는 각별하다. 아무튼 이 세 요소가 결합하여 ㅏ, ㅓ, ㅗ, ㅜ 등 나머지 모음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사람이 하늘과 땅의 원리를 운용하여 새로운 것을 생성하는 행위의 은유로 읽힌다. 김주원 교수의 표현대로 세종은 “당시의 세계관과 철학에 기초를 두고 만물의 생성과 운행 원리에 맞춘 완벽한 글자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품었다.[1]

이 철학이 우리말 글쓰기 교육과 만나는 지점은 분명하다. 제자 원리에서 사람은 하늘과 땅 사이의 능동적 매개자다. 사람이 서야 모음이 완성되고, 사람의 발음 기관이 움직여야 자음이 소리를 얻는다. 이 구도를 문장에 대입하면, 문장에서 주어가 행위의 중심에 서는 능동문이야말로 제자 원리의 우주관에 부합하는 구조라 할 수 있다. 주어를 감추거나 사물에 행위를 떠넘기는 피동문은 삼재의 질서에서 사람(ㅣ)을 빼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하늘(·)과 땅(ㅡ)만으로는 모음을 이룰 수 없듯, 행위의 주체가 빠진 문장은 힘을 잃는다. 우리말 문장 구조에서 주어가 명확하게 행동의 주체가 되는 능동문 중심의 사고는 이러한 철학적 배경과 닿아 있다. 반면 책임을 회피하거나 주체를 모호하게 만드는 피동 표현은 이러한 주체적 자아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훈민정음의 제자 원리는 단순한 문자 설계를 넘어 사람이 세계의 중심에서 능동적으로 말하고 쓰는 존재라는 선언이며, 우리말 글쓰기 교육은 바로 그 선언을 문장 위에서 실현하는 작업이다.

2.3. 실용 정신의 세 기둥 — 간결·명료·완결

사람이 능동적 주체라는 선언을 어떻게 문장 위에서 실현할 수 있을까? 세 가지 개념을 제안한다. 간결, 명료, 완결이다. 이 글의 서두에서 좋은 문장의 조건으로 이미 이 셋을 들었다. 그간 글쓰기 공부를 하며 군살은 모두 덜어내고 겨우 남긴 정수(精髓)다. 흥미로운 것은 이것이 훈민정음의 실용 정신에 곧장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간결’은 필요한 말만 남기는 것이다. 뜻을 더하지 않는 말은 덜어낸다. 정인지가 아침나절이면 깨치고 열흘이면 배운다고 한 그 단순함을 글도 지녀야 한다. 뒤에서 살필 김훈의 단문과 이용휴의 도입부 생략이 모두 간결의 다른 이름이다.

‘명료’는 누가 읽어도 같은 뜻으로 읽히는 것이다. 명료의 뿌리는 주체를 세우는 데 있다. 누가 했는지가 분명한 문장은 흐려지지 않는다. 주어를 감추고 사물에 행위를 떠넘긴 문장은 두 갈래로도 세 갈래로도 읽힌다. 그러므로 명료를 지키는 길은 능동문을 쓰고 번역투를 걷어내는 일과 다르지 않다. 이어지는 3장과 4장이 바로 그 길을 따라간다.

‘완결’은 문장이 갖춰야 할 것을 갖추는 것이다. 주어와 서술어가 서로 호응하고, 끝까지 뜻을 맺어야 한다. 시작만 있고 끝이 없는 문장, 주어를 잃은 문장은 완결에 이르지 못한다. 우리말은 서술어가 맨 끝에서 뜻을 맺으니, 완결은 곧 서술어를 제대로 고르는 일이기도 하다.

세 기둥은 따로 서 있지 않다. 군더더기를 덜면 뜻이 또렷해지고,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하면 군더더기가 절로 준다. 셋은 서로를 받친다. 앞으로 펼칠 모든 장은 이 세 기둥 위에 글을 세우는 방법을 다룬다.

3. 한국어의 구조적 특성과 능동성

3.1. 교착어로서의 한국어와 조사의 기능

한국어는 어근에 접사가 결합하여 문법적 기능을 나타내는 교착어(Agglutinative Language)이다. 특히 조사는 문장 성분 간의 관계를 결정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조사를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문장의 주제(Topic)와 주체(Subject)가 달라지며, 이는 화자의 의도를 정교하게 전달하는 도구가 된다.

한국어 조사의 유형 주요 기능 및 특징 문장 내 영향력
격조사 주격(이/가), 목적격(을/를) 등 문법적 지위를 결정 문장의 논리적 골격을 형성
보조사 은/는, 도, 만 등 화자의 심리 강조나 대조를 표현 문장의 뉘앙스와 초점을 결정
접속조사 와/과, 하고 등 단어와 단어를 대등하게 연결 정보의 나열과 연결성을 부여

따라서 우리말 글쓰기를 교육할 때에는 이러한 조사의 특성을 이해하고 제대로 활용하여 문장을 장황하게 늘리지 않고도 핵심 관계와 미묘한 의미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훈련이 필요하다. 교착어의 특징을 극대화하면 김훈의 문장처럼 짧은 마디 속에 풍부한 사실 관계를 압축해 담을 수 있다.

조사를 공부하면서 남영신 선생이 쓴 『나의 한국어 바로 쓰기 노트』를 접하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 해도 국어 교육이 빠진 적 없었던 정규 교육과정 12년 동안 우리는 무엇을 배운 것인가? 대학교 필수과목이던 대학국어 과정에는 왜 이런 보석같은 한국어 바로 쓰기 용례를 가르치지 않는가? 『나의 한국어 바로 쓰기 노트』 1장 조사편에서 인용한 두 시를 발췌한다. 밑줄 친 부분의 조사를 유심히 읽고 시인이 어느 경우에 격조사를, 어느 경우에 보조사를 택했는지 곱씹어 보라.

청포도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그날이 오면
심훈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목숨이 끊어지기 전에 와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올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학창시절에 시인이 왜 자리마다 다른 성격의 조사를 택했을까를 이해하며 시를 읽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위 책의 정수를 요약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거의 모든 쪽에 빠뜨릴 수 없는 용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 남영신 선생의 가르침을 요약해서 옮기는 대신 『나의 한국어 바로 쓰기 노트』를 읽기를 강력히 권한다. 책 전반부의 ‘조사’편과 ‘어미’편만 읽어도 정신이 번쩍 들 것이다.

3.2. 주체를 세우는 능동문

한국어는 주어와 목적어 뒤에 서술어가 위치하는 어순을 기본으로 한다. ’나는(주어) 너를(목적어) 사랑한다(서술어)’를 떠올려보자. 서술어가 문장의 맨 끝에서 결론을 맺기 때문에 화자의 판단과 책임이 문장의 말미에 집중되는 구조적 특징을 갖는다. 이는 우리말 문장에서 서술어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능동문은 주어가 동작의 주체가 되어 직접 행하는 것을 나타낸다. 한국어는 주어 생략이 흔한데, 이는 주어가 명백히 존재한다는 전제 하에 글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이다. 반면 영어식이나 일본어식 수동문은 주체를 가리거나 사물을 주어로 내세우는 경우가 흔하다.[4][5] 여기에는 그 나름의 문화적 배경이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문장을 복잡하게 만든다.

따라서 우리말 글쓰기를 교육할 때에는 되도록 ‘무생물 주어’를 지양하고 ‘사람 주어’를 세워 능동문으로 서술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문장에 주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이미 설명한 것처럼 우리말에는 주어 생략이 흔하다. 그것은 주어의 역할이 작거나 필요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주어가 없는 문장은 응당 사람이 주어(주체)라는 문화적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난 정말 행복해’와 ‘아 행복해’ 두 문장을 비교해보자. 이 두 문장의 의미를 달리 해석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말을 모국어로 쓰는 사람으로서 어떤 문장이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말이 능동적 언어이기 때문에 주어를 생략해도 자연스럽게 주체가 드러나는 쉬운 예다.

오해하지 말자. ‘무생물 주어를 지양하라’는 말이 ‘사물은 결코 주어가 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국립국어원도 ‘민법이 정한다’처럼 사물을 주어로 세우는 문장을 어법에 맞는 표현으로 인정한다.[6] 우리가 경계할 대상은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사물이 사람의 행위를 대신 떠맡는 구문이다. ‘비가 나를 슬프게 한다’, ‘이 정책이 경제를 살린다’가 그런 예다. 비가 사람을 슬프게 ‘만들’ 수 없고(문학적 허용은 논외로 한다), 정책이 경제를 ‘살릴’ 수 없다. 무생물 주어에 타동사·사동·피동을 붙여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위를 사물에 떠넘긴 영어·일본어식 구문, 이른바 물주구문(物主構文)이 문제의 핵심이다. 번역학도 영한 번역에서 가장 까다로운 자리로 ‘무생물 주어 + 타동사’ 구문을 꼽고, 그 사물을 ‘~때문에·~하면·~할 때’처럼 부사로 풀어 사람을 주체로 되돌릴 것을 권한다.[7][8]

반대로, 사물이 행위가 아니라 상태나 성질을 나타낼 때는 사물 주어가 도리어 우리말답다. ‘하늘이 푸르다’, ‘물이 깊다’, ‘생각이 다르다’를 보라. 서술어가 형용사이고, 주어는 누구에게 무엇을 하지 않는다. 굳이 사람을 주어로 끌어내 ‘나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로 바꾸면 오히려 ‘I have a different idea’를 옮긴 번역투가 된다. 더 나아가 우리말에는 사람을 큰 주어로 세우고 거기 딸린 사물을 작은 주어로 받는 고유한 구조가 있다. ‘나는 생각이 다르다’, ‘코끼리는 코가 길다’, ‘그는 발이 크다’가 그것이다. 문법에서는 이를 서술절을 안은 문장, 또는 이중주어문이라 부른다. ‘나는’이 주어이고 ‘생각이 다르다’가 통째로 서술어 노릇을 하며, 그 속의 작은 주어 ‘생각이’는 큰 주어 ‘나’의 일부다. 최현배가 세운 이 설명을 오늘날 학교문법이 받아들인다.[9] 사람과 묶인 사물이 작은 주어로 나서는 이 구문은 피해야 할 번역투가 아니라, 가장 우리말다운 골격이다.

요컨대 교정의 잣대는 ‘주어가 사물이냐’가 아니라 ‘사물이 사람의 행위를 떠맡았느냐’다. 행위를 떠맡았으면 사람을 주체로 되돌리고, 상태와 성질만 말할 뿐이면 그대로 둔다.

3.3. 주체를 흐리는 수동태 남용

앞 절에서는 주어를 누구로 세울지 살폈다. 이제 서술어로 눈을 돌린다. 능동이냐 피동이냐의 문제다. 우리말의 능동성을 가장 깊이 갉아먹는 것이 수동태의 남용이다. 다행히 우리말에는 피동사(被動詞)가 따로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이 푸는 피동사의 뜻은 이렇다.

남의 행동을 입어서 행하여지는 동작을 나타내는 동사. ‘보이다’, ‘물리다’, ‘잡히다’, ‘안기다’, ‘업히다’ 따위가 있다. (유의어: 수동사, 입음움직씨; 반의어: 능동사)

수동사가 유의어라고 써 있지만 국립국어원에서 이에 관한 동사 용법을 찾아보면 주동사, 사동사, 능동사, 피동사 이렇게 네 가지 동사의 구별과 용법을 말해줄 뿐이다. 말이 나온 김에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10]에서 설명하는 각 동사의 용법을 인용한다.

주동사는 ‘얼음이 녹다’의 ‘녹다’와 같이 문장의 주체가 스스로 행하는 동작을 나타내는 동사이고, 사동사는 주동사에 ‘-이-’, ‘-히-’, ‘-리-’, ‘-기-’, ‘-우-’, ‘-구-’, ’-추-’와 같은 사동 접사를 붙여 ‘아이들이 얼음을 녹이다’의 ‘녹이다’와 같이 문장의 주체가 자기 스스로 행하지 않고 남에게 그 행동이나 동작을 하게 함을 나타내는 동사입니다. 능동사는 ‘철수가 친구를 업다’의 ‘업다’와 같이 주어가 제힘으로 행하는 동작을 나타내는 동사이고, 피동사는 능동사에 ‘-이-’, ‘-히-’, ‘-리-’, ’-기-’와 같은 피동 접사를 붙여 ‘친구가 철수에게 업히다’의 ‘업히다’와 같이 남의 행동을 입어서 행하여지는 동작을 나타내는 동사입니다.

남의 행동을 입어서 행하여지는 동작을 나타내는 피동사가 있으니 우리말은 구태여 수동태 문장을 쓸 이유가 없다. 피동사를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수동태 문장을 쓰는 것이 무엇이 그리 큰 문제라고 호들갑을 떠는가 물을 수 있다. 나는 수동태의 습관적 혹은 무의식적 사용이 비단 문장론과 글쓰기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말이 가진 능동적 사고를 갉아먹는 주범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화를 막 보고 나온 사람에게 영화에 대한 감상을 물을 때의 답) 정말 재밌는 것 같아요.

요새 흔히 듣는 말투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내 감상을 이야기하는데 ‘~인 것 같다’는 추정을 하고 있다. 나는 이 현상이 수동태 남용 행태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수동태는 내가 주어가 아닌 문장이다. 사물이나 남 또는 가주어(假主語)가 주어인 문장이다. 즉 행동의 주체가 내가 아닌 말이다. 따라서 내가 책임을 질 필요가 없는 말이다.

난 요새 네가 나에게 관심이 떨어졌다고 느껴져.

이 문장은 또 어떠한가? 수동문도 아니고 주어도 ‘나’이다. 그럼 문제 없는 것 아닌가? 문장의 성격을 결정하는 서술어를 살펴보자. 이 문장에서 서술어가 ‘느껴’가 아닌 ‘느껴져’인 것이 불편하지 않다면 이미 부지불식간 우리말의 능동성을 상당히 잃은 상태라고 경고하고 싶다.

‘-어지다/-아지다’는 우리말에서 능동사를 피동사로 만드는 방법 중 하나다. 통사적 피동(문장 구성에 의한 피동)을 만들 때 주로 사용한다. ‘-이/히/리/기-’ 등 피동 접사를 붙일 수 없는 능동사에 결합하여 피동의 의미를 만든다. 따라서 위 문장의 ‘느껴져’를 틀린 표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부자연스러운 문장이다. ‘내’가 ‘느끼’는 것과 ‘네 행동’이 ‘느껴지’는 것 사이에는 의미상 큰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의 주체성을 가려야 하는 매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이런 표현을 쓸 필요가 있을까?

앞서 본 ‘-어지다/-아지다’가 한 겹의 피동이라면, 거기에 피동을 한층 더 겹쳐 쌓는 버릇은 더욱 나쁘다. ‘-되다’로 주체를 지우고(‘악습은 근절되어야 한다’ → ‘악습을 근절해야 한다’), 그 위에 ‘-지다’를 또 겹치고(‘곧 발표되어질 예정이다’ → ‘곧 발표한다’), 이미 피동인 말에 ‘우’까지 덧댄다(‘표준이라 불리운다’ → ‘표준이라 부른다’). 겹칠수록 행위의 주인은 멀어지고 문장만 늘어진다. 능동사 하나면 될 일이다.

그 시위는 경찰에 의해 진압되었다.

신문에서 쉽게 볼 듯한 문장이다. 찾아보지는 않았으나 검색하면 아마 이런 식의 문장이 꽤 많을 것이다. 주어가 ‘시위’인 수동문이다. 이 문장을 ‘경찰이 그 시위를 진압했다’로 바꾸면 어떤가? 훨씬 자연스러울뿐만 아니라 사리에 맞지 않은가?

관련법이 아직 제정되지 않은 상태다.

법은 누가 만드는가? 입법부라고 답해도 맞지만 결국 사람이 만든다. 그럼 ‘관련법을 아직 만들지 않은 상태다’라고 쓰는게 맞지 않을까? 물론 문장이란 글 안에서 전후 맥락에 맞게 써야 한다. 그러므로 글쓴이의 의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단지 수동문이라는 이유로 무작정 비난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 그러나 어떤 의도가 있던 간에 굳이 우리말이 가진 능동적 특성을 굳이 약화시키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맞는지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흥미롭게도 미국 작가 스티븐 킹(Stephen Edwin King) 역시 수동태를 주체를 숨기거나 모호하게 만드는 장치라고 비판하며 주체를 명확히 할 것을 주문한다. 킹의 말은 단순하다. 그는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이렇게 단정한다. “수동태는 한사코 피해야 한다.” 소심한 작가가 수동태를 좋아하는 이유는 소심한 사람이 수동적인 애인을 좋아하는 이유와 같다고 그는 비꼬았다. 그는 “회의는 7시에 개최될 예정입니다”를 쓰는 대신 “회의 시작 시간은 7시입니다”라고 쓰라고 주문한다.[11] 이는 우리말 ‘그 시위는 경찰에 의해 진압되었다’를 ‘경찰이 그 시위를 진압했다’로 고치라는 주문과 놀랍도록 닮았다.

같은 진단을 더 일찍, 더 강하게 내린 사람이 있다. 영국 작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이다. 그는 1946년에 쓴 「정치와 영어(Politics and the English Language)」에서 무뎌진 영어에 칼을 댔다. 무뎌진 언어가 무뎌진 사고를 낳는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었다. 정치인이 책임을 흐리려고 수동태를 쓴다고도 했다. 폭격당한 마을은 ’평정되었다(was pacified)’고 보도되지만, 누가 폭격했는지는 문장에서 지워진다. 오웰은 글쓰기 여섯 원칙을 세웠고 그 가운데 네 번째가 “능동을 쓸 수 있는 자리에 수동을 쓰지 말라”였다. 핵심 명제는 한 줄이다. “사고가 언어를 망친다면, 언어 또한 사고를 망친다(if thought corrupts language, language can also corrupt thought).”[12] 이 한 문장이 내가 이 글에서 우리말에 대해 하려는 말과 거의 같다.

오웰의 지적은 단지 문체의 문제가 아니다. 책임을 가리는 문장이 책임을 가리는 정치를 만든다는 것이다. ‘관련법이 아직 제정되지 않은 상태다’라고 신문이 쓰면 누가 입법을 지연시켰는지 흐려진다. ‘그 시위는 경찰에 의해 진압되었다’고 쓰면 진압의 주체가 부사어 안에 묻힌다. 한국어 수동문이 만드는 효과가 정확히 그것이다. 킹이 수동태를 ‘소심한 작가의 장치’라 불렀다면, 오웰은 그것을 ‘책임을 회피하는 권력의 장치’라 불렀다. 두 진단은 같은 자리를 가리킨다. 다만 보는 거리가 다를 뿐이다. 글쓰는 자의 자세를 보면 킹의 자리에 서고, 글이 만드는 사회의 모습을 보면 오웰의 자리에 선다.

영어와 한국어는 뿌리가 다르다. 영어는 굴절어고 우리말은 교착어다. 문장의 뼈대도 다르고 주어 처리도 다르다. 그런데 수동태 앞에서는 두 언어가 같은 얼굴을 한다. 주체를 흐리면 문장이 힘을 잃는다는 진단이 같고, 주체를 세우면 문장이 산다는 처방이 같다. 나는 이 일치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언어는 그 언어를 쓰는 사람의 사고를 반영한다. 수동태로 말하는 사람은 수동적으로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자기가 쓴 문장의 주어 자리에 자기를 세우지 못하는 사람은 자기 인생에서도 주인공이 되기 어렵다고 말하면 너무 심한 비약일까? 킹이 수동태를 ‘소심한 작가의 장치’라 부른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동서양의 좋은 문장가들이 같은 지점에서 같은 경고를 던진다는 사실, 이것만으로도 수동태 문제는 문법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한 가지 짚어 둘 것이 있다. 이 글에서 ‘말의 주체가 흐려지면 글이 가리키는 세상의 주체도 흐려진다’고 할 때, 그것이 언어가 사고를 결정한다는 사피어-워프 가설(Sapir-Whorf hypothesis)류의 주장을 반복하려 함이 아니다. 같은 사람이 회의록에서는 피동을 쓰고 일기에서는 능동을 쓴다. 언어가 사고를 결정한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문체를 정하는 것은 언어 그 자체가 아니라 글의 자리와 쓰는 이의 태도다. 이 글이 능동의 말을 되찾자고 주장하는 것은 화자의 머릿속을 바꾸자는 것이 아니라, 글이 사실과 책임을 또렷이 가리키도록 문장을 다시 세우자는 것이다.

4. 언어 순화와 번역투 배제: 『일본어투 용어 순화 자료집』 분석

3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한국어는 구조적으로 능동적인 언어다. 주어가 서술어를 끌고 가고, 조사가 관계를 정밀하게 조율하며, 피동사라는 별도의 장치가 있어 굳이 수동태 문장을 만들 필요가 없다. 그런데 이 능동적 골격이 일상에서 무너지고 있다. 무너뜨리는 힘은 크게 두 방향에서 온다. 하나는 일본어에서 건너온 한자어와 조어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어와 영어의 문장 구조를 그대로 옮긴 번역투 표현이다.

4.1. 일본식 한자어의 특징과 순화 사례

국립국어원이 펴낸 『일본어 투 용어 순화 자료집』[13]을 훑어 보면 우리가 무심코 쓰는 말 가운데 일본어에서 온 것이 놀라울 만큼 많다. 일본식 한자어는 대개 일본어 고유어의 뜻을 한자로 빌려 적은 것으로, 우리말의 논리적 맥락과 맞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유형별로 나누어 살펴보자.

첫째, ‘가(假)’ 접두사의 남용. 일본어에서 假(かり)는 ‘임시’를 뜻한다. 이 글자를 접두사처럼 붙인 한자어가 행정·법률 분야에 대량으로 유입되었다. 가건물(假建物), 가계약(假契約), 가납(假納), 가처분(假處分), 가압류(假押留), 가등기(假登記), 가집행(假執行) 등이 그 예다. 우리말로 바꾸면 임시 건물, 임시 계약, 임시 납부, 임시 처분, 임시 압류, 임시 등기, 임시 집행이다. ’가-’를 ‘임시’로 바꾸기만 해도 뜻이 한결 분명해진다.

둘째, 일본어 고유어의 직접 유입. 이 부류는 한자 표기조차 없이 일본어 발음 그대로 우리말에 들어와 뿌리를 내렸다. 노가다(土方, どかた → 노동자), 다마(玉, たま → 전구), 단도리(段取り, だんどり → 채비), 가라(空, から → 가짜), 나라비(竝び, ならび → 줄 서기), 꼬붕(子分, こぶん → 부하) 등이 대표적이다. 이 단어들은 주로 건설 현장, 식당, 일상 대화에서 쓰인다. 쓰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일본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셋째, 한자의 겉모습에 속는 경우. 견적(見積), 납기(納期), 잔업(殘業), 견습(見習), 매상(賣上) 같은 단어는 한자로 쓰여 있어 우리 한자어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조어 방식은 일본어 고유의 것이다. 견적(みつもり)은 ‘추산’ 또는 ‘어림셈’으로, 납기(のうき)는 ‘내는 날’로, 잔업(ざんぎょう)은 ‘시간 외 일’로, 견습(みならい)은 ‘수습’으로, 매상(うりあげ)은 ‘판매액’으로 바꿀 수 있다. 이 단어들이 위험한 까닭은 한자의 권위를 빌려 정당한 우리말처럼 행세하기 때문이다. 의심 없이 쓰다 보면 사고 자체가 일본식 조어 틀에 갇힌다.

이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유형 일본어 투 용어 우리말 쓰임새
‘가-’ 접두사 가건물, 가계약, 가납, 가처분, 가등기 임시 건물, 임시 계약, 임시 납부, 임시 처분, 임시 등기 행정·법률 문서
일본어 직접 유입 노가다, 다마, 단도리, 가라, 꼬붕, 나라비 노동자, 전구, 채비, 가짜, 부하, 줄 서기 현장·일상 대화
한자 위장형 견적, 납기, 잔업, 견습, 매상, 절취 추산/어림셈, 내는 날, 시간 외 일, 수습, 판매액, 자르기 기업·산업 문서
음식·생활 가마보코, 다쿠앙, 다시, 단도리, 단스 어묵, 단무지, 맛국물, 채비, 장롱 일상·요리

이 용어들을 우리말로 바꾸는 작업은 민족 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언어의 지시 대상을 명확히 하여 사고의 선명성을 확보하는 과정이다. ‘견적서를 뽑아 주세요’보다 ‘추산서를 뽑아 주세요’가 뜻이 분명하고, ‘잔업이 많다’보다 ‘시간 외 일이 많다’가 현실을 더 정확히 표현한다.

실제 문장을 교정해 보면 차이를 더 또렷하게 알 수 있다.

교정 전: 이번 프로젝트의 납기가 촉박하여 잔업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견적 재검토가 요구된다.
교정 후: 이번 프로젝트의 마감이 촉박하여 시간 외 일을 피할 수 없다. 가격을 다시 추산해야 한다.

교정 전 문장은 일본식 한자어 세 개(납기, 잔업, 견적)에 번역투 피동 표현(‘요구된다’)까지 겹쳤다. 교정 후 문장은 우리말 어휘로 바꾸고 주어를 살려 능동문으로 고쳤다. 글자 수도 줄었다.

4.2. 번역투 문장의 구조적 폐해와 교정

일본어와 영어의 영향을 받은 번역투 문장은 대개 장황하고 주체가 모호하다. 단어 하나가 아니라 문장 구조 자체가 오염된 것이므로 단어 순화보다 교정이 어렵다. 이오덕 선생은 번역투의 글을 ‘병든 글’이라 했다. 증상을 알아야 병을 고칠 수 있다. 흔히 마주치는 번역투 유형을 살펴보자.[4][5]

첫째, ‘~에 다름 아니다.’ 일본어 ‘~に他ならない’를 직역한 표현이다. ‘~와 다름없다’나 그냥 ‘~이다’로 고치면 된다.

교정 전: 이번 조치는 사실상 감원에 다름 아니다.
교정 후: 이번 조치는 사실상 감원이다.

‘에 다름 아니다’를 빼자 결론이 선명해진다. 원래 문장은 우회했고, 교정한 문장은 직진한다.

둘째, ‘~을 필요로 하다.’ 일본어 ‘~を必要とする’의 직역이다. 우리말로는 ‘~이 필요하다’ 또는 ‘~해야 한다’가 자연스럽다.

교정 전: 이 계획은 추가 예산을 필요로 한다.
교정 후: 이 계획에는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

교정 전 문장은 ‘계획’이 주어인데 계획이 무엇을 ‘필요로’ 할 수는 없다. 계획은 사물이다. 우리말에서 사물이 무엇을 요구하는 구문은 부자연스럽다.

셋째, ‘~에 의해(의하여).’ 영어 ‘by~’와 일본어 ‘~によって’를 직역한 표현이다. 우리말에서는 조사 ‘~(으)로’로 충분하거나, 주어를 바꿔 능동문으로 고치는 것이 낫다.

교정 전: 그 시위는 경찰에 의해 진압되었다.
교정 후: 경찰이 그 시위를 진압했다.

교정 전 문장에서는 ‘시위’가 주어이고 ‘경찰’은 부사어에 묻혀 있다. 교정 후 문장에서는 행위의 주체인 경찰이 주어로 올라섰다. 누가 했는지 분명해졌다. 3장에서 논한 능동문의 원칙이 여기서 바로 작동한다.

넷째, ‘~에 대하여(대해서).’ 영어 ‘about’과 일본어 ‘~について’, ‘~に対して’의 직역이다. 대부분의 경우 ‘~에’ 또는 ‘~을/를’로 줄이면 문장이 간결해진다.

교정 전: 다음 물음에 대해 답하시오.
교정 후: 다음 물음에 답하시오.

‘에 대해’를 빼도 뜻은 그대로다. 세 글자가 줄었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군더더기가 문서 전체에 반복되면 글이 늘어진다.

다섯째, 이중 부정의 남용.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따위가 여기 속한다. 영어에서 이중 부정은 강한 긍정으로 쓰이지만, 우리말에서는 돌려 말하는 동안 결론이 흐려진다. ‘~해야 한다’로 명료하게 종결하면 된다.

교정 전: 품질 관리를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교정 후: 품질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일곱 글자가 줄었다. 뜻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단정의 느낌이 분명해졌다.

여섯째, ‘~에(게) 있어서.’ 일본어 ‘~にあって’, ‘~において’의 직역이다. 대부분의 경우 ‘~에서’로 충분하고, 아예 삭제해도 문장이 성립한다.

교정 전: 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기 부여이다.
교정 후: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기 부여다.

‘에 있어서’를 ‘에서’로 바꾸자 문장이 가벼워졌다. 종결도 ‘이다’에서 ‘다’로 줄였다. 뜻은 그대로다.

일곱째, ‘가지다’의 남용. 영어 ‘have’나 ‘take’를 그대로 직역한 패턴이다. 우리말에서는 ‘있다’로 바꾸거나 아예 삭제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교정 전: 이 제도는 세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교정 후: 이 제도에는 세 가지 장점이 있다.

교정 전 문장에서 ‘제도’라는 사물이 무엇을 ‘가진다’는 것은 영어식 발상이다. 우리말에서 사물은 무엇을 가지지 않는다. 사물에 무엇이 ‘있다’고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

여덟째, ‘~를 위하여.’ 영어 ‘for’의 직역이다. ‘~하려고’, ‘~하려면’으로 바꾸면 문장이 짧아지고 목적이 선명해진다.

교정 전: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양국의 신뢰가 중요하다.
교정 후: 경제를 회복하려면 양국이 서로 신뢰해야 한다.

교정 후 문장은 ‘위해서는’을 ‘~하려면’으로 바꾸고, ‘신뢰가 중요하다’는 추상적 서술을 ‘신뢰해야 한다’는 행위 중심 서술로 고쳤다.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명해졌다.

아홉째, ‘~(하는) 것이 가능하다.’ 영어 ’It is possible to ~’의 직역이다. 우리말에서는 ‘~할 수 있다’가 자연스럽다. 더 좋은 방법은 주어를 사람으로 세우는 것이다.

교정 전: 이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교정 후: 이 시스템으로 담당자가 실시간 관찰할 수 있다.

교정 후 문장에서는 ‘담당자’라는 사람 주어가 등장했다. 누가 무엇을 하는지 분명해졌다. ‘모니터링’도 우리말 ‘관찰’로 바꾸었다. ‘모니터링’은 이제 더이상 외국어가 아닌 우리말처럼 굳어진 외래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등재되어 있다. ‘감시’나 ‘관찰’, ‘점검’이나 ‘살펴보기’와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그러므로 굳이 관찰로 바꾸지 않아도 됐지만 본 장의 작성 취지에 충실하고자 바꿨다.

이상 아홉 가지 유형을 관통하는 원리가 있다. 번역투는 예외 없이 문장을 길게 만들고 주체를 흐리게 만든다. 교정의 방향은 언제나 같다. 줄이고, 주어를 세우고, 능동문으로 고친다.

4.3. 외래어와 순화의 경계

4.1과 4.2에서 일본어 투 어휘와 번역투 문장의 폐해를 지적했다. 이쯤에서 균형을 잡고 넘어가야 한다. 외래에서 들어온 모든 말을 걷어내자는 것이 이 글의 주장은 아니다.

우리말은 오랜 세월 외래어를 받아들이며 풍부해졌다. 한자어가 그렇고, 영어에서 들어온 ‘컴퓨터’, ‘버스’, ‘커피’가 그렇다. 받아들임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받아들이되 우리말의 뼈대 안에 자리 잡았는가, 우리말의 사고 방식을 무너뜨리지는 않는가를 따지면 된다.

4.2 끝에서 짚은 ‘모니터링’이 한 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외래어다. ‘감시’, ‘관찰’, ‘점검’, ‘살펴보기’와 미묘한 차이가 있다. ‘모니터링’에는 시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본다는 뉘앙스가 있고, ‘감시’에는 위계 관계가 깔려 있으며, ‘점검’은 일회적 검사에 가깝다. 이런 단어를 굳이 ‘관찰’로 통일하면 의미가 평평해진다. 외래어를 받아들이는 일과 우리말 어휘를 살리는 일이 충돌하지 않는다.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 우리말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자리에 외래어를 끼워 넣는 일이다. ‘미팅이 캔슬됐다’는 ‘회의가 취소됐다’로 충분하다. 이때 ‘미팅’과 ‘캔슬’은 어휘를 더하지 않고 어휘를 가린다. 둘째, 외래의 문장 구조가 우리말의 사고 방식을 거꾸로 바꾸는 일이다. ‘~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There is a need for review of …)’ 같은 번역투가 그렇다. 단어 한두 개를 들여오는 차원이 아니라 문장의 골격을 바꾼다. 사물이 주어가 되고 사람이 사라진다.

따라서 이 글이 걷어내자고 주장하는 대상은 ‘외래에서 온 모든 것’이 아니라 ‘우리말의 능동적 골격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일본어 투 한자어를 비판하는 까닭도 그것이 일본에서 왔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말의 논리적 맥락과 어긋나기 때문이다. 견적(見積)이 추산보다 못한 까닭은 일본어이기 때문이 아니라, 견적이 가리키는 행위와 추산이 가리키는 행위가 우리말 화자의 사고 안에서 정확히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추산은 어림셈이다. 견적은 그것을 한자로 굳혀 마치 객관적 수치인 양 만든 말이다. 같은 행위를 두 단어가 다르게 가리키니 사고가 흐려진다.

순화의 기준은 두 가지로 충분하다. 첫째, 우리말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가. 둘째, 우리말의 능동적 사고 구조를 살리는가. 이 둘을 충족하면 외래에서 왔든 어디에서 왔든 받아들여도 좋다. 충족하지 못하면 우리 안에서 굳어진 말이라도 다듬어야 한다. 민족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의 선명함 문제다.

4.4. 문장 단위 교정 시연: 행정 문서 사례

교정 원칙을 종합하여 행정 문서에서 흔히 볼 법한 문장 한 단락을 통째로 교정해 보자.

교정 전: 금번 시행에 있어서 각 부서는 납기 준수를 필요로 하며, 견적서 제출이 완료되지 않으면 안 된다. 잔업 발생 시 해당 사항은 인사과에 의해 관리된다. 본 지침은 전 직원에게 적용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교정 후: 이번 시행에서 각 부서는 마감을 지켜야 하며, 추산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시간 외 일이 생기면 인사과가 관리한다. 이 지침은 모든 직원에게 적용한다.

교정 전 문장은 일본식 한자어 세 개(납기, 견적서, 잔업), 번역투 네 개(에 있어서, 필요로 하며, 완료되지 않으면 안 된다, 에 다름 아니다), 피동문 한 개(인사과에 의해 관리된다)를 포함한다. 교정 후 문장은 우리말 어휘를 쓰고, 주어를 세우고, 능동문으로 바꾸었다. 76자가 57자로 줄었다. 25퍼센트를 덜어냈는데 뜻은 하나도 빠지지 않았다.

이것이 언어 순화의 실질적 효과다. 용어를 바꾸고 문장 구조를 고치면 글자 수가 줄고 뜻이 선명해진다. 언어 순화는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효율의 문제다. 3장에서 논한 우리말의 능동적 구조를 살리는 가장 구체적인 실천이다.

이번 장에서 우리는 걷어내는 일에 집중했다. 일본어 투 표현을 걷어내고 번역투 문장을 걷어냈다. 수동문의 오래된 껍질을 벗겨 그 속에 묻혀 있던 주어를 다시 세웠다. 그러나 걷어내기만 해서는 글이 완성되지 않는다. 군더더기를 덜어낸 자리에 무엇을 세울 것인가? 규칙을 지키는 것만으로 좋은 글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규칙 너머에 문장가의 감각이 있다. 나는 현대 우리말로 그 감각을 가장 또렷하게 보여주는 문장가로 김훈 선생을 꼽는다. 그가 쓴 문장은 지금까지 내가 설명한 원칙-주어를 세우고, 기름기를 빼고, 사실로 말하는 원칙-을 이미 살아 있는 형태로 구현하고 있다. 다음 장에서 함께 살펴보자.

5. 김훈의 간결

5.1. 김훈의 글쓰기

김훈은 글쓰기에 대해 자주 발언해 왔다. 그의 말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문장론이다.

나는 주어와 동사, 문장의 뼈대로만 이루어진 간결한 문장을 쓰려고 한다. 중언부언하지 않고, 한마디로 깔끔하게 끝내려고 한다.[14]

나는 글을 쓸 때 되도록이면 개념어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개념어가 아닌 말들, 그러니까 삶의 일상성, 생활의 구체성, 삶의 육질성과 닿아있는 말들을 가지고 글을 써보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개념어라는 것은 삶의 구체성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고 권력화된 언어이기 때문이다. 개념이 설정한 틀 안에 들어오지 않는 모든 구체성을 제거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나로서는 개념어를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15]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선 사물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글을 심정적으로만 써서는 안 된다. 세상을 과학적으로 인식하는 바탕이 있어야 한다. 과학이 세상의 전체를 설명해주는 것은 아니나, 과학이 없으면 언어는 왜곡되기 쉽다.[14]

이 발언들은 김훈이 문장을 기교가 아닌 인식의 문제로 다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상을 어떻게 보느냐가 문장을 결정한다. 감상이 아니라 관찰이, 수식이 아니라 사실이 문장의 재료다.

5.2. 김훈의 대표 문장

5.2.1. 『칼의 노래』 — 무인의 문장

『칼의 노래』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의 내면을 1인칭으로 서술한 장편소설이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전장에서 무인 이순신의 말은 담백하다. 김훈은 『난중일기』의 건조한 기록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나는 『칼의 노래』를 읽으면서 김훈의 문장에 전율했다. 이 작품에서 이순신은 민족의 영웅이 아닌 고단한 인간으로 재탄생한다. 그리고 이순신의 말은 김훈의 문장을 통해 우리 곁에 부활한다. 우리말 글쓰기 교육이 반드시 참고해야 할 모델이다.

5.2.2. ‘꽃은 피었다’ 대 ‘꽃이 피었다’ — 조사 하나의 차이

『칼의 노래』는 첫 문장부터 깊은 울림을 준다. 김훈은 이 작품에서 조사의 미묘한 차이가 문장의 의미를 어떻게 바꾸는지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꽃은 피었다’와 ‘꽃이 피었다’는 조사 하나의 차이지만 전혀 다른 문장이다.

김훈은 『칼의 노래』 첫 문장을 두고 고심한 과정을 『바다의 기별』에서 털어놓았다. 그는 원래 이 소설의 첫 문장을 “버려진 섬마다 꽃은 피었다”로 썼다가 며칠 뒤 담배 한 갑을 다 태우는 고민 끝에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로 고쳤다고 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꽃이 피었다’는 꽃이 핀 물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진술한 문장이고, ‘꽃은 피었다’는 그 객관적 사실에 그것을 보는 이의 주관적 정서를 섞은 문장이다. 그는 사실의 세계와 정서의 세계를 문장마다 구별해서 사용해야 원하는 문장에 이른다고 말했다.[16]

‘꽃이 피었다’가 말하는 사실의 세계와 ‘꽃은 피었다’가 말하는 의견과 정서의 세계 사이의 차이가 느껴지는가? 김훈은 이 차이를 의식적으로 활용하여 문장마다 초점을 정밀하게 조절했다. 이렇듯 한국어의 교착어적 특성은 조사 선택에서 가장 또렷이 드러난다. 조사를 바꾸면 같은 단어의 배열이 전혀 다른 의미를 만든다.

5.2.3. 『라면을 끓이며』 — 일상의 사실을 묘사하는 법

김훈의 산문집이다. 라면을 끓이고, 자전거를 타고, 칼을 가는 일상 행위를 과학적 정밀함으로 묘사한다. 라면 면발이 물에 풀리는 과정, 자전거 체인이 기어에 맞물리는 순간을 김훈은 감상 없이 기록한다. 독자는 그 건조한 묘사에서 각자의 감정을 느낀다.

일상 소재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수사가 아니라 관찰의 밀도다. 대상에 충분히 가까이 다가가면 형용사가 필요 없다. 사물 자체가 말을 한다. 이는 후에 서술할 박지원의 관찰법–자연 사물을 오래 응시하며 본질을 포착하기–과 통한다.

5.2.4. ‘적, 의, 것’에 대한 선언 — 문장의 기름기를 빼라

김훈은 ‘-적(的)’, ‘-의(의)’, ’-것(것)’을 문장의 기름기로 규정했다. 이 세 요소를 제거하면 문장의 뼈대(주어와 서술어)가 드러난다.

기름기가 낀 문장 뼈대가 드러난 문장
사회적 현상의 해결 사회 현상 해결
역사적인 의미의 재발견이라는 것 역사의 의미를 다시 찾는 일
효율적인 방법의 도입이 요구되는 것이다 효율적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
경제적인 측면의 고려가 필요한 것이다 경제를 고려해야 한다

‘-적’, ‘-의’, ‘-것’의 남용은 한국어 문장을 무겁고 모호하게 만드는 전형이다. 이 세 요소를 마음먹고 줄이는 것만으로도 문장은 짧아지고 뜻은 선명해진다.

5.3. 김훈의 문장

5.3.1. 감정 배제 — 사실이 감동을 만든다

김훈 문체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감정의 배제다. 슬픈 장면에서 ‘슬프다’라고 쓰지 않고, 기쁜 장면에서 ‘기쁘다’라고 쓰지 않는다. 대신 슬픔이나 기쁨을 유발하는 사실을 정밀하게 묘사한다. 독자는 작가가 지시하는 감정이 아니라 작가가 묘사하는 사실에서 자기만의 감정을 길어 올린다.

이 원리를 글쓰기로 옮기면 이렇다. ‘매우 감동적인 행사였다’라고 쓰는 대신 행사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을 쓰라. ‘성과가 뛰어났다’고 쓰는 대신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라. 감정과 평가를 걷어내고 사실만 남기면 독자가 스스로 판단한다. 그 판단이 작가의 지시보다 강하다.

5.3.2. 단문의 미학 — 짧게 끊어 쳐라

김훈은 문장을 길게 늘어뜨리지 않는다. 짧게 끊어 치고 문장과 문장 사이에 여백을 남긴다. 독자는 그 여백을 자기 생각과 감정으로 채운다. 이 여백이 김훈 문장의 긴장감을 만든다.

단문 중심의 글쓰기는 세 가지 효과를 낳는다. 우선 주어와 서술어의 거리가 가까워져 문장의 논리가 선명해진다. 다음으로 독자의 호흡이 짧아져 집중도가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불필요한 접속사와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탈락한다.

5.3.3. 과학적 묘사 — 대상과의 객관적 거리

김훈은 대상을 묘사할 때 감상에 젖은 형용사 대신 물리적 속성을 기술한다. 예컨대 ‘빛이 나는 눈’이 아니라 ‘두꺼운 각막으로 덮인 눈’(김훈 『남한산성』 中)이라고 쓴다. 이 방법을 김훈은 ‘과학적 묘사’라 부른다. 대상과 화자 사이에 객관적 거리를 확보하여 독자가 대상을 직접 보게 만드는 기법이다.

과학적 묘사는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1. 감상을 멈추고 대상을 본다 – ‘예쁘다’, ‘크다’ 같은 주관적 판단을 중지한다.
  2. 대상의 물리적 속성을 기록한다 – 크기, 색깔, 질감, 움직임, 소리 등 감각으로 포착 가능한 요소를 나열한다.
  3. 가장 본질적인 속성 하나를 택한다 – 나열한 속성 중 대상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만 남긴다.

이 과정은 후에 기술할 박지원의 관찰법(세밀한 관찰→형상화→통찰)과 비슷하다. 그러나 형상화 단계에서 비유를 동원하는 박지원과 달리 김훈은 사실 자체의 힘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5.4. 김훈 식 문장 벼리기

나는 한때 김훈 선생의 문장을 우리글 최고의 문장이라 여겨 한동안 그의 문장을 모사하려 애썼다. 지금은 그때에 비해 생각이 유연해졌으나 그의 글을 따라 쓰는 훈련은 나의 문장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점검 항목 질문 조치
‘-적, -의, -것’ 이 세 요소를 빼도 뜻이 통하는가? 통하면 빼라
부사 부사를 삭제해도 사실이 변하지 않는가? 변하지 않으면 삭제하라
형용사 형용사를 물리적 속성으로 대체할 수 있는가? 대체 가능하면 바꿔라
피동 표현 주어가 행동의 주체로 서 있는가? 서 있지 않으면 능동문으로 고쳐라
문장 길이 한 문장에 정보가 두 개 이상 들어 있는가? 들어 있으면 두 문장으로 쪼개라
접속사 접속사 없이도 논리가 이어지는가? 이어지면 접속사를 삭제하라

김훈을 따라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조사의 미학 살리기다. ‘꽃은 피었다’에서 보조사 ‘은’은 꽃을 화제로 두고 다른 것과 대조한다. ‘다른 것은 몰라도 꽃은 피었다’는 식의 뉘앙스가 생긴다. 반면 ‘꽃이 피었다’에서 격조사 ‘이’는 꽃이 핀 사실 그 자체를 정보로 제시한다. 방금 일어난 사건을 보고하는 느낌이다.

이 차이는 한국어 교착어 구조가 제공하는 고유한 표현력 덕분에 생기는 것이다. 영어에서는 ‘The flower bloomed’로밖에 쓸 수 없는 문장을 한국어에서는 조사 하나로 두 가지 다른 초점의 문장으로 만들 수 있다. 이 감각을 익히는 것이 우리말 글쓰기에 빼 놓을 수 없는 점이다.

5.5. 김훈 문체의 한계와 거리 두기

김훈을 한참 따라 쓰다가 어느 시점에 멈추었다. 모방으로는 이룰 수 없는 지경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김훈의 단문은 김훈이 평생 쌓아 온 관찰의 두께 위에서 작동한다. 두께 없는 단문은 단문이 아니라 단편(斷片)일 뿐이다. 한 문장을 짧게 끊는다고 김훈의 문장이 되지 않는다. 짧되 고도로 응축된 사실의 밀도가 김훈의 문장을 만든다. 나는 그 밀도를 모방할 수 없었다.

한편 김훈의 감정 배제 원칙이 모든 글에 만능은 아니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쓰는 편지, 소중한 사람을 추모하는 글 같은 자리에서는 감정을 배제하면 글이 차갑게 굳는다. 후에 설명할 이용휴의 정감체가 김훈의 간결체와 다른 자리를 차지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글의 종류와 목적에 따라 적절한 문체가 다르다.

나는 더이상 김훈의 단문을 모사하지 않는다. 다만 김훈이 단문을 쓸 때 거쳤을 사고의 과정–사실인가 감상인가, 본 것인가 들은 것인가, 더 짧게 쓸 수 없는가–을 따라해 본다. 모방의 대상이 문체에서 태도로 옮겨 간 것이다. 이것이 내가 김훈에게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이다.

6. 연암 박지원의 관찰

6.1. 연암 박지원 소개

박지원(朴趾源, 1737~1805)은 조선 후기 영·정조 시대를 대표하는 문장가이자 실학자다. 본관은 반남, 자는 중미(仲美), 호는 연암(燕巖). 노론 명문가 출신이나 당파의 핵심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학문과 문장의 길을 걸었다.

박지원은 젊은 시절 과거에 뜻을 두지 않고 독서와 교유에 힘썼다. 1780년(정조 4년) 삼종형 박명원이 청나라 건륭제의 칠순 잔치에 사신으로 갈 때 수행원으로 동행하여 연경(북경)과 열하를 다녀왔다. 이 여행의 기록이 『열하일기』다. 귀국 후 50대에 이르러서야 관직에 나가 안의현감, 면천군수, 양양부사 등을 지냈다. 관직에서도 실학적 경세론을 실천하며 농업 개량과 민생 안정에 힘썼다.

6.2. 문학사에서의 위치

박지원은 단연코 조선 후기 문단을 대표하는 문장가다. 그를 중심으로 형성된 북학파 문인 집단에는 박제가, 이덕무, 유득공, 이서구 등이 있었다. 이들은 청나라의 선진 문물을 수용하여 조선의 현실을 개혁하자는 북학론을 공유하면서도, 문장에서는 각자 자기만의 목소리를 추구했다.

정조는 1792년 문체반정(文體反正)으로 패관소품체를 억제하고 고문(古文)으로 돌아갈 것을 명했다. 박지원은 이 정책의 핵심 표적이었다. 정조는 박지원에게 직접 반성문(자송문)을 쓰라고 명했을 정도다. 박지원은 겉으로는 이 명에 따르는 모양을 취했으나 속으로는 자신의 문체를 끝까지 고수했다. 박지원의 문장이 당대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지녔는지는 문체반정이라는 억압이 거꾸로 증명한다.

동시대 남인 문단에서 이용휴가 소품문의 혁신을 이끌었다면, 박지원은 노론·북학파 쪽에서 같은 시대 정신에 응답했다. 둘은 당색이 달랐으나 ‘고문(古文)의 관습을 깨뜨린다’는 지향은 같았고, 정조의 문체반정이라는 동일한 억압에 맞섰다.

6.3. 관찰자 박지원

연암의 아들 박종채는 『나의 아버지 박지원』에서 아버지의 일상을 이렇게 회고했다.

연암골에 계실 때 일이다. 아버지는 하루 종일 대청에서 내려오시지 않는 날도 있었고, 간혹 사물을 응시하며 한참 동안 묵묵히 말이 없으시기도 하였다. 당시 아버지는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비록 미미한 사물들, 이를테면 풀, 꽃, 새, 벌레와 같은 것도 모두 지극한 경지를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이들에게서 하늘이 부여한 자연의 현묘함을 엿볼 수 있다.’ 때때로 묘한 생각이 떠오르면 반드시 붓을 들어 써 두셔서 잔글씨로 쓴 종잇조각이 상자에 가득 찼다.

  • 박종채, 『나의 아버지 박지원』 中

박지원의 글쓰기는 관찰에서 시작했다. 사소한 사물이라도 오래 응시하고 교감한 뒤에야 붓을 들었다. 이 태도가 그의 문장을 당대의 어떤 문장가와도 다르게 만든 근본이 아닐까?

6.4. 박지원의 대표 문장

6.4.1.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 — 하룻밤 아홉 번 강을 건너다

『열하일기』에 수록된 소품의 전형이다. 하룻밤 사이에 강을 아홉 번 건너면서 물소리가 매번 다르게 들리는 경험을 기록했다. 박지원은 처음에는 물소리를 천둥으로 착각했으나, 반복해서 건너며 귀가 트이자 물소리 안에서 수십 가지 결이 다른 소리를 구별해냈다. 이 경험에서 그는 선입견이 관찰을 방해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대상을 처음 보았을 때의 인상에 갇히지 말라. 반복해서 관찰하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이는 글쓰기에서 초고에 안주하지 않고 퇴고를 거듭해야 하는 이유와 같다.

6.4.2. 「초정집 서문」(楚亭集序) — 세상에 할 말을 다 쓴 책은 없다

박지원이 초정 박제가(1750~1805)의 시집에 써준 서문이다. 핵심 대목은 이렇다.

하늘과 땅이 비록 오래되었으나 끊임없이 새로운 생명체를 낳고, 해와 달이 비록 오래되었으나 그 빛은 날마다 새롭다. 이 세상의 서적이 비록 많으나 거기 기록된 뜻들은 각각 다르다. 그래서 날짐승, 길짐승, 달리는 것, 뛰는 것 중에서 혹 아직 이름이 드러나지 않은 것이 있으며, 산천초목에도 반드시 신비한 영물이 있을 것이다. …(중략)… 예절을 따짐에도 시비를 다툴 수 있고, 음악을 설명하는 데도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글이라는 것은 말을 다 표현할 수 없고, 그림도 사람의 생각까지 다 그리지는 못한다. 같은 대상이라도 이 사람이 보면 이렇다고 말할 수 있고, 저 사람이 보면 저렇다 말할 수 있는 것이다.

  • 김혈조 편저, 『박지원: 글쓰기의 혁신과 새세상 만들기』 中

이미 쓰인 글이 있다고 해서 쓸 말이 없는 것이 아니다. 같은 대상이라도 관찰자가 다르면 다른 글이 나온다. 관습적 표현에 기대지 말고 자기 눈으로 본 것을 쓰라는 선언이다.

6.4.3. 「호질」(虎叱) — 호랑이가 선비를 꾸짖다

호랑이의 입을 빌려 위선에 찬 양반 사회를 풍자한 단편이다. 호랑이가 북곽 선생에게 일갈한다. ‘너희가 인의예지를 말하지만, 제 새끼를 잡아먹는 짐승보다 못하지 않느냐?’ 박지원은 사람이 아닌 동물의 시선으로 인간 사회를 관찰함으로써 고정관념을 뒤집었다. 관찰의 시선을 바꾸면 같은 현실이 전혀 다르게 보인다. 글쓰기에서 ‘누구의 눈으로 볼 것인가’를 의도하여 선택하는 것은 가장 강력한 서사 전략이다.

6.4.4. 글쓰기와 병법 — 글자는 병사요, 뜻은 장수다

글을 잘 짓는 자는 아마 병법을 잘 알 것이다. 비유컨대 글자는 군사요, 글 뜻은 장수요, 제목은 적국이다. 글자를 묶어서 구(句)를 만들고 구를 모아서 장(章)을 이루는 것은 대오를 이루어 진을 치는 것과 같다.

  • 설흔·박현찬, 『붉은 까마귀』 中

문장은 즉흥이 아니라 전략이다. 주제(장수)가 모든 문장(병사)을 통솔해야 하며, 문장의 배치(진형)가 논리의 흐름을 결정한다. 군더더기 문장은 오합지졸과 같다.

6.5. 박지원의 글쓰기 철학

6.5.1. 법고창신(法古創新) — 옛것을 본받되 변화할 줄 알라

박지원의 문장론을 관통하는 한마디다. 고문의 법도를 체득하되 그것에 갇히지 말고 자기 시대의 언어와 감각으로 새롭게 쓰라는 뜻이다. 정조가 문체반정으로 고문 회귀를 강제했을 때 박지원이 끝까지 저항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원리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법고창신은 단순한 모방도, 덮어놓고 부수는 것도 아니다. 전통의 골격을 이해한 위에서 자기만의 살을 붙이는 것이다. 오늘날 글쓰기 교육에서 ‘번역투를 걷어내고 우리말의 고유한 구조를 회복하자’는 주장은 법고창신을 오늘에 새기는 실천이다.

6.5.2. 관찰의 깊이 — 사물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박지원 글쓰기의 본질은 관찰이다. 박수밀은 ‘연암의 글을 최고의 문장으로 만든 것은 자연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자연과 교감하는 심미 태도’라고 평가했다.[17] 당시 대부분의 학자가 경전과 성인의 정신을 전범으로 삼아 그 표현을 닮으려 했을 때, 박지원은 자연 사물에 직접 다가가 형상을 관찰하고 관찰한 것을 글로 옮기는 획기적인 방법을 택했다.

박지원의 관찰법에는 다섯 가지 특징이 있다.

  1. 꼼꼼하고 세밀한 관찰: 대상에 관심을 부여하고 오래 응시하며 교감한다.
  2. 오감의 활용과 그 한계 인식: 시각과 청각에만 의존하지 않고 여러 감각을 동원하되, 감각에 기댄 관찰의 위험성(선입견, 고정관념)을 경계한다.
  3. 자연과 인간의 평등 의식: 자연을 인간과 같은 위치에서 바라본다. 「호질」에서 호랑이에게 인간을 꾸짖게 한 것이 그 예다.
  4. 형상화 기법: 관찰한 것을 비유와 의인화를 활용해 생동감 있게 묘사한다.
  5. 다양한 관점의 활용: 하나의 대상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아 다양성을 발견한다.

6.5.3. 유머와 풍자 — 웃음 속에 비수를 숨기다

박지원의 문장에는 유머와 풍자가 편재한다. 「호질」에서 호랑이가 양반을 꾸짖는 장면, 「양반전」에서 양반의 권리를 매매 문서화하는 장면은 독자를 웃기면서 동시에 사회의 모순을 날카롭게 찌른다.

설교하지 않고 웃게 만드는 것이 박지원의 설득 전략이다. 이를 글쓰기로 옮기면 이렇다. 주장을 직접 내세우지 말고, 구체적 장면과 인물의 행동을 보여주어 독자가 스스로 판단하게 하라. 이는 김훈이 ‘독자에게 설명하지 않는다’는 원칙과 방향은 같되 방법이 다르다. 김훈이 감정을 배제한 건조한 묘사로 여백을 만든다면, 박지원은 해학적 과장으로 독자의 사고를 자극한다.

6.6. 대표 작품 분석과 작법

6.6.1. 『열하일기』의 문체 혁명

『열하일기』는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여행기라는 틀 안에서 자연 묘사, 정치 비평, 경세론, 소설, 대화록, 서간문 등 온갖 양식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이 문체의 자유로움은 정통 한문 산문의 장르 구분(서序·기記·전傳·논論)을 해체한 것이다. 하나의 글 안에서 서사와 논설, 묘사와 대화가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현대 글쓰기에서 ‘에세이는 에세이답게, 보고서는 보고서답게’라는 장르 관습에 갇혀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6.6.2. 소품체의 구조: 관찰-형상화-통찰

박지원의 소품문은 세 단계로 구성된다.

단계 내용 예시 (「야출고북구기」)
관찰 대상을 오감으로 세밀하게 포착한다 초승달의 빛, 풀벌레 소리, 바람의 촉감
형상화 비유와 의인화로 관찰을 생동감 있게 전환한다 ‘달빛이 숫돌에 벼린 칼처럼 생겼다’, ‘강물이 건장한 말들이 내달리는 것 같다’
통찰 관찰과 형상화를 통해 삶의 이치나 사회적 의미를 이끌어낸다 전쟁터의 풍경에서 흥망성쇠의 무상함을 읽는다

출처: 박지원, 김혈조 옮김, 『열하일기 2』, 돌베개, 2009

이 구조는 다음 장에서 다룰 이용휴의 소품문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이용휴가 도입부를 생략하고 한 장면에 주제를 응축하는 ‘압축형’이라면, 박지원은 관찰에서 출발해 형상화를 거쳐 통찰에 이르는 ‘전개형’이다. 둘 다 짧은 글이지만 구축 방식이 다르다.

6.6.3. 시선의 전환: 사물의 입장에서 보기

박지원 작법의 가장 남다른 요소는 시선의 전환이다. 「호질」에서는 호랑이의 눈으로 인간을 본다. 「상기(象記)」에서는 코끼리를 열 걸음 밖에서 관찰하며 기존에 전해 들은 지식(코가 주둥이라는 통념)을 직접 관찰로 뒤집는다.

이를 현대 글쓰기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다.

통상적 시선 뒤바꾼 시선 (박지원 방식)
작성자의 관점에서 보고서를 쓴다 보고서를 읽을 상대방의 관점에서 쓴다
성공 사례를 주인공 시점으로 서술한다 실패한 쪽의 시점에서 같은 사건을 다시 본다
인간의 관점에서 자연을 묘사한다 자연 사물의 관점에서 인간을 바라본다

시선을 전환하면 같은 소재라도 전혀 다른 글이 나온다. 이것이 박지원이 ‘보는 사람에 따라서 이렇게도 되고 저렇게도 되는 것’이라고 말한 의미다.

6.7. 박지원 관찰법의 한계와 거리 두기

김훈의 간결체가 그랬듯 박지원의 관찰법 역시 만능이 아니다. 맞는 자리가 있고 그렇지 않은 자리가 있다.

첫째, 관찰은 시간을 요구한다. 박지원은 코끼리 한 마리를 열 걸음 밖에서 오래 응시한 뒤에야 글을 썼다. 일터의 글쓰기는 그런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회의가 끝난 그날 회의록을 써야 하고, 사고가 난 그 시간에 보고서를 올려야 한다. 짧은 시간 안에 사실 관계를 정확히 옮기는 자리에 박지원의 관찰법은 잘 맞지 않는다. 그런 자리에는 김훈의 단문이 더 가깝다.

둘째, 형상화는 정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강물이 건장한 말들이 내달리는 것 같다’는 비유는 강의 기세를 그려내지만 강폭과 유속과 수온은 알려주지 않는다. 기술 명세서, 의약품 설명서, 법률 조항을 쓸 때 비유는 위험하다. 박지원의 형상화는 기록을 기억으로 옮기는 데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만 기록 자체가 목적인 글쓰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셋째, 시선의 전환은 단정이 필요한 자리에서 약하다. 호랑이가 양반을 꾸짖는 글은 고정관념을 깨뜨리지만, 결론을 분명히 내려야 하는 자리에서는 결론을 흐린다. 임원 회의에서 ‘다음 분기 매출 전망에 대한 소비자의 시선’ 같은 보고가 회사의 의사결정자들에게 과연 무슨 의미를 제공할까?

한계가 곧 약점은 아니다. 다만 제대로 알고 어울리는 자리에 써야 한다. 박지원의 글쓰기는 관찰의 두께가 결과로 이어지는 자리, 비유가 정확성보다 의미를 길어 올리는 자리, 시선의 전환이 새 사고를 낳는 자리에서 빛난다. 에세이, 르포르타주, 칼럼, 인물 평론 등이 그 자리다. 즉답이 필요한 보고서나 기술 명세서는 맞는 자리가 아니다. 글의 자리를 알면 글의 도구도 가려 쓸 수 있다.

7. 혜환 이용휴의 파격

7.1. 혜환 이용휴 소개

이용휴(李用休, 1708~1782)는 조선 후기 영·정조 시대를 관통한 재야 문장가다. 본관은 여주, 자는 경명(景命), 호는 혜환재(惠寰齋). 아버지 이침(李沉)은 남인 명문가 출신이며, 작은아버지가 실학의 거목 성호 이익(李瀷)이다. 아들은 정조 치하의 남인 핵심 관료 이가환(李家煥)이다.

이용휴는 일찍이 진사시에 합격했으나 관직에 뜻을 두지 않았다. 음보(蔭補)로 첨지중추부사에 이르렀지만 평생을 포의(布衣)의 재야 문사로 살았다. 성호학파에 속하면서도 경세가가 아닌 전업 문장가의 길을 택했다. 그의 동생 이병휴의 기록에 따르면 이용휴는 서른 살 이후 세속의 번뇌를 끊고 오직 독서와 글쓰기에 몰두하여 74세까지 건강하게 살았다.

7.2. 문학사에서의 위치

동시대 문인 유만주는 『흠영』에서 18세기 문단을 ‘기(奇)와 정(正)의 양대 유파’로 나누었다. 당송팔가의 법도를 따르는 정파(남유용, 황경원 등)와 시내암·김성탄의 사대기서를 추종하는 기파(이용휴, 이덕무 등)가 그것이다. 이용휴는 기파의 조타수로서 명말청초의 소품문체를 조선에 이식하고 변용한 인물이다.

그의 영향력은 남인 문단에 국한되지 않았다. 역관 정사현, 이성중, 김숙 등 여항(중인) 시인들이 그에게 문장을 배웠다. 영조 말년, 유력 가문의 문사들까지 재야문사에 불과한 이용휴를 찾아와 비평을 구할 정도로 당대 남인계의 문권을 쥔 인물이었다.

박지원이 북학파·노론 계열에서 소품체의 혁신을 이끌었다면, 이용휴는 남인·성호학파 쪽에서 자기만의 파격의 문장을 구축했다. 둘은 당색은 달랐으나 ‘고문의 관습을 깨뜨리고 자기만의 문장을 세운다’는 지향은 같았다.

7.3. 이용휴에게 글쓰기의 의미

이용휴에게 문장은 출세의 수단이 아니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권세가 있는 사람은 뜻도 모르고 겨우 읊조릴 줄만 알아도 모두 문집으로 간행되기가 예사이나, 한미한 사람은 비록 기예가 『시경』과 『이소』를 통달하고 문명한 시대를 만났더라도 홀로 물러나서 드러내지 못하게 되니, 심하도다 세상의 다스림이 불공평함이여! 그러나 만일 그런 사람이 드러내고자 한다면 세력과 지위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다만 문장가의 한 자루 붓만 있으면 된다.

  • 조남권·박동욱 역 『혜환 이용휴 산문 전집』, 「평와집서」(萍窩集序) 中

글쓰기가 곧 존재 증명이었기에 그는 남과 똑같은 문장을 쓸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일반 문장과 다른 모습’을 추구했다. 기이하고 참신한 형식의 작품들로 비방과 칭예를 한 몸에 받았던 이유다.

7.4. 이용휴의 대표 문장

7.4.1. 「환아잠」(還我箴) — 나를 돌려 달라

이용휴 사상의 핵심이 담긴 잠언(箴)이다. 어린 시절의 순수한 자아가 풍속과 윤리의 속박, 출세욕에 사로잡혀 차츰 본래의 모습을 잃어간다는 성찰을 담았다. 제목 자체가 ‘나를 돌려 달라’는 선언이다. 남의 문체를 빌려 쓰는 것은 자아를 잃는 것과 같다. 자기만의 목소리를 찾아야 한다는 원칙이 여기에서 출발한다. 이는 번역투, 관습에 기댄 문체의 탈피를 지향하는 이 글의 핵심 철학과 맞닿아 있다.

7.4.2. 「평와집서」(萍窩集序) — 붓 한 자루의 힘

여항(閭巷, 중인) 문인 김소(金瀟)의 문집에 써준 서문이다. 신분의 벽이 재능 있는 문인들을 가로막던 시대에, 그들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 문장가의 붓이 할 일이라고 역설했다. “세력과 지위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다만 문장가의 한 자루 붓만 있으면 된다”는 선언은 글쓰기에 대한 이용휴의 신념을 보여준다. 글은 권위를 세우는 도구가 아니라 가려진 존재를 드러내는 도구다. 장황한 수식과 권위적 한문투를 걷어내고 진솔한 목소리를 살리는 것이 문장가의 일이다.

7.4.3. 「해서개자」(海西丐者) — 거지와의 문답

해서(황해도) 지방의 거지와 나눈 문답을 기록한 한문단편이다. 이용휴는 거지의 순진하고 거짓 없는 마음씨를 발견하고, “거친 비탈 오랜 골짝에 숨은 선비, 형편없는 밭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농부 가운데에도 사람이 있음을 알겠다”[18]고 적었다. 전(傳)의 주인공을 사대부가 아닌 하층민으로 설정한 파격이다. 글의 대상은 영웅이나 위인에 한정되지 않는다. 평범한 존재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묘사할 때 문장은 비로소 살아난다. 이는 김훈이 전장의 무인 이순신을 ‘인간 이순신’으로 그려낸 작법과 통한다.

7.4.4. 외손자에게 보낸 글 — 천 명보다 한 사람

천 사람이 나를 알게 하는 것이 한 사람이 나를 알게 함만 못하고, 한 세대가 나를 알게 하는 것이 천 세대가 나를 알게 함만 못하다.

  • 박동욱·송혁기 역 『나를 찾아가는 길』, 「손자야 내 손자야」 中

이용휴가 외손자에게 써준 글이다. 세속의 명성보다 한 사람의 깊은 이해, 당대의 인정보다 후세의 평가를 중시하는 문장가의 자세를 압축했다. 다수에게 읽히기 위해 문장을 쉽게 풀어놓는 것과, 진정한 독자 한 사람을 위해 문장을 벼리는 것은 다르다. 후자가 이용휴의 지향이었으며, 김훈이 ‘독자에게 설명하지 않는’ 단문의 미학을 추구한 것과 맥이 같다.

7.5. 이용휴의 문장 철학

7.5.1. 속문(俗文)의 격상 — 일상을 문학의 영역으로

조선 후기 정통 문단은 경전과 성인의 정신을 전범으로 삼아 그 표현과 정신을 닮으려 했다. 이용휴는 이 관습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거지, 여항의 중인, 농촌의 일꾼 같은 하층민을 전(傳)의 주인공으로 세웠다. 이는 전의 본래 성격(사대부의 행적을 기리는 양식)을 전복한 것이다. 그의 산문은 편폭이 극히 짧다. 장황한 서론이나 판에 박힌 찬사를 걷어내고 핵심만 남겼다. 이 ‘짧되 깊은’ 구조는 소품문체의 본질이며, 오늘날 글쓰기에서 ‘군더더기 제거’의 원형으로 볼 수 있다.

7.5.2. 정(情)의 글쓰기 — 관념이 아닌 감정이 문장의 동력이다

이용휴의 문학관은 ‘문학 그 자체의 진실을 추구하자’는 것이었다. 주자학의 권위와 구속을 부정하고, 양명학에 기울어 마음(心)을 사물 인식의 중심에 놓았다. 「환아잠」에서 드러나듯, 남들의 관념을 해체하고 자신의 내면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일갈을 끊임없이 던졌다.

이 원리를 글쓰기로 옮기면 이렇다. 통념에 기대어 쓰지 말고, 자기가 직접 보고 느낀 것을 쓰라. 감정을 숨기거나 포장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라. 이는 김훈의 ‘사실 중심 묘사’와 방향은 같되 출발점이 다르다. 김훈이 감정을 배제하고 사실에 밀착한다면, 이용휴는 감정 자체를 솔직하게 노출함으로써 진정성을 확보한다.

7.5.3. 기(奇)의 추구 — 관습에 젖은 문체 일부러 뒤엎기

이용휴의 문장은 ‘극히 괴상하다’는 평을 들었다. 유만주는 이렇게 기록했다.

이용휴의 문장은 극히 괴상하다. 문장에서는 전혀 之(지), 而(이) 같은 글자를 구사하지 않는 반면, 시에서는 之, 而 같은 자를 전혀 기피하지 않는다.

  • 유만주 『흠영』 中, 조남권·박동욱 역 『혜환 이용휴 산문전집』 해제에서 재인용

之와 而는 한문 문장의 기본 접속 허사다. 이를 쓰지 않는다는 것은 한문 문장의 굳어진 골격 자체를 해체한다는 뜻이다. 현대 한국어 글쓰기로 치환하면, 상투적 접속사(‘그리고’, ‘그러나’, ‘따라서’)나 관습적 종결 어미에 의존하지 않고 문장 자체의 힘으로 논리를 전개하는 것에 해당한다.

이용휴는 소장한 책도 “모두 기이하고 독특한 것들뿐이고, 평범한 것은 한 종도 없다. 그의 기이함은 실로 천성에서 나온 것”(유만주 『흠영』 中, 박동욱·송혁기 역 『나를 찾아가는 길』 해제에서 재인용)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실은 치밀한 문체 실험의 결과였다.

7.6. 대표 작품 분석과 작법

7.6.1. 하층민 전(傳)의 혁신

이용휴가 쓴 전(傳)은 전통적 전기문학의 관습을 세 가지 측면에서 깨뜨렸다.

전통적 전(傳) 이용휴의 전(傳)
사대부·관료·충신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거지, 여항 문인, 농부 등 하층민을 주인공으로 세운다
주인공의 행적을 연대순으로 서술한다 한 장면, 한 대화에 집중하여 인물의 본질을 포착한다
찬사와 교훈으로 마무리한다 판단을 유보하고 독자에게 생각할 여지를 남긴다

「해서개자」에서 이용휴는 거지의 말을 직접 인용하여 서사의 중심에 놓았다. 작가는 관찰자이자 기록자로 물러서고, 거지 스스로 자신의 삶을 증언하게 한다. 이 서술 전략은 현대 르포르타주의 원형에 가깝다.

7.6.2. 소품문의 구조: 짧되 깊게

이용휴의 산문은 대체로 편폭이 매우 짧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발상과 서사는 시대를 넘는 깊이를 보여준다. 그의 글쓰기 구조를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1. 도입부를 생략하거나 극도로 압축한다: 판에 박힌 서론을 걷어내고 바로 핵심으로 들어간다.
  2. 한 가지 장면이나 한마디 말에 전체 주제를 응축한다: 장황한 설명 대신 구체적 에피소드 하나로 승부한다.
  3. 결론을 단정하지 않는다: 독자가 여백을 채우도록 열린 종결을 택한다.

이 구조는 김훈의 단문 미학(짧게 끊어 치고, 독자가 문장 사이의 여백을 채우게 한다)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다만 김훈이 감정을 배제한 객관적 묘사로 여백을 만든다면, 이용휴는 솔직한 감정 표출 뒤에 판단을 유보함으로써 여백을 만든다.

7.6.3. 문체적 실험: 허사의 제거

之(지)와 而(이)를 쓰지 않는 이용휴의 실험은 단순한 기행이 아니다. 한문 산문에서 허사는 논리의 연결을 담당한다. 허사를 제거하면 문장은 명사와 동사가 직접 부딪혀 만들어진다. 그 결과 문장은 더 짧아지고, 의미는 더 압축되며, 독자는 행간을 능동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를 현대 한국어 글쓰기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다.

허사에 의존하는 문장 허사를 제거한 문장
이 사안에 대하여 검토한 결과, 그러므로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린다. 이 사안을 검토했다. 결론은 이렇다.
문장은 간결해야 하며, 그리고 주어가 명확해야 한다. 문장은 간결해야 한다. 주어가 명확해야 한다.

접속사와 허사를 줄이면 문장의 주어와 서술어가 선명해진다.

7.7. 이용휴의 파격과 거리 두기

이용휴의 파격에도 한계가 있다.

첫째, 허사와 접속사를 지나치게 줄이면 독자가 행간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용휴의 글은 한문에 익은 동시대 사대부를 향해 쓴 것이고, 그 독자들은 之와 而 없이도 문장의 논리를 짚어낼 수 있었다. 오늘날 직장인 독자에게 같은 압축을 요구하면 글이 어려워진다. 자칫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글로 변한다.

둘째, 도입부 생략은 그러한 형식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 불친절하다. 이용휴의 산문은 첫 줄이 곧 본문이다. 배경 설명도 인사말도 없다. 한문에 능한 독자에게는 그 직진이 미덕이지만, 사전 정보가 없는 현대 독자에게는 갑작스럽다. 사내 보고서를 이용휴 식으로 쓰면 결재자가 첫 줄에서 멈춘다. 글의 양식과 독자의 사전지식을 함께 봐야 한다.

셋째, 열린 종결은 의사결정이 필요한 글에 맞지 않는다. 판단을 유보하고 독자에게 여백을 남기는 결말은 평론과 수필에서는 강하지만, 결재서·기획서·제안서에서는 약하다. 이런 글은 독자가 다음 행동을 분명히 알 수 있어야 한다. 이용휴의 미덕이 그 자리에서는 부담이 된다.

넷째, ’기(奇)’의 추구가 억지 구별 짓기로 흐를 수 있다. 남과 다른 문장을 쓰겠다는 의지는 자기 목소리를 세우는 동력이지만, 다름 자체가 목적이 되면 글이 가벼워진다. 자기 목소리와 자기 과시는 한 끗 차이다.

이용휴의 자리는 분명하다. 사사로운 산문, 짧은 회상, 인물 묘사, 사물 관찰이 그 자리다. 정형화된 보고서나 합의문이 그 자리는 아니다. 글의 자리에 따라 도구를 바꿔 들면 이용휴의 파격은 신선함이 된다. 자리를 잘못 고르면 같은 파격이 무례함이 된다.

8. 김훈, 박지원, 이용휴 세 문장가의 교차점

8.1. 공유하는 원칙

지금까지 살펴본 세 문장가는 세 가지 글쓰기 원칙을 공유한다.

  1. 권위에 기댄 문체 거부: 관습에 젖은 고문이든 번역투든 장황한 한자어든 기존의 지배적 문체에 굴복하지 않는다.
  2. 사실에 밀착한 묘사: 관념적 수식 대신 구체적 대상, 장면, 인물에 집중한다.
  3. 자기만의 목소리 세우기: 남의 문체를 빌리지 않고 자기만의 글법을 벼린다.

8.2. 각자의 고유한 기여

항목 김훈 (현대) 박지원 (조선 후기) 이용휴 (조선 후기)
핵심 원리 간결체의 미학 관찰적 소품체 파격적 정감체
감정의 처리 감정을 배제하고 사실만 남긴다 관찰을 통해 감정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감정을 솔직하게 노출하여 진정성을 확보한다
문장의 전략 ‘적, 의, 것’ 제거, 부사 홀대 형상화와 비유, 시선의 전환 허사 제거, 도입부 생략, 열린 종결
주인공 역사 속 인물을 인간으로 환원 자연 사물, 이국의 풍경, 하층민 거지, 중인, 여항 문인 등 비주류
독자와의 관계 독자에게 설명하지 않는다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독자에게 판단을 맡긴다
문학사적 의의 현대 한국어 산문의 표준을 제시 조선 소품문의 문체 혁명 한문 산문의 형식적 해체와 하층민 서사 개척

8.3. 왜 이 세 사람인가?

처음 이 글을 구상할 때 김훈 선생을 떠올렸다. 김훈을 빼고 현대의 우리말 글쓰기, 나아가 단문의 미학을 말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김훈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다시 읽어보니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김훈의 간결은 어디서 왔는가? 김훈이 어느 날 갑자기 ‘적·의·것’을 빼야겠다고 결심한 것이 아닐테니 그 뿌리를 찾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이용휴 선생이 떠올랐다. 이용휴의 글쓰기를 넣겠다 생각하니 박지원을 빼 놓을 수 없었다.

두 분은 한문으로 글을 썼다. 우리말 글쓰기를 논하는 자리에 한문 문장가를 불러오는 것이 자가당착 아닌가 고민했다. 그러나 나는 두 분의 글에서 우리말 글쓰기가 지닌 정신의 원형을 보았다. 박지원의 「초정집 서문」에서 “같은 대상이라도 이 사람이 보면 이렇다고 말할 수 있고, 저 사람이 보면 저렇다 말할 수 있는 것이다”를 읽을 때, 이용휴의 「환아잠」에서 잃어버린 ‘나’를 돌려달라는 절규를 들을 때, 나는 이분들이 쓴 글이 비록 한자로 적혀 있으나 그 정신은 더없이 우리말의 정신이라고 느꼈다. 우리말의 정신이 무엇인가. 남의 권위에 기대지 않고 자기 눈으로 본 것을 자기 입으로 말하는 태도다. 훈민정음 어제서문에서 세종대왕이 “제 뜻을 시러 펴디 못할 놈이 하니라”고 한탄한 것이 바로 그 태도의 결핍을 가리킨 말이 아닌가?

하여 세 문장가를 공부하다 보니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셋 모두 자기 시대의 지배 문체와 싸웠다는 점이다. 김훈은 추상과 관념으로 부풀어 오른 현대 한국어 산문을 단문으로 베어 냈다. 박지원은 정조의 문체반정이라는 절대 억압에 맞서 자기 문체를 끝까지 지켰다. 이용휴는 당송팔가의 법도를 따르는 정파의 권위에 기대지 않고 之와 而를 빼는 실험으로 한문 산문의 골격을 흔들었다. 셋이 싸운 상대는 달랐으나 싸움의 본질은 같았다. 자기 글의 주인을 지키는 일이었다.

내가 이 셋을 한자리에 놓는 것은 모방의 대상으로 삼기 위해서가 아니다. 셋 모두 누구를 모방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김훈이 조선의 문장가를 흉내 낸 적 없고, 박지원이 이용휴를 따라 쓴 적 없으며, 이용휴 역시 누구의 문체를 빌린 적 없다. 만약 우리가 이 셋 가운데 누군가를 흉내 낸다면 그것은 이미 이 셋의 정신과 어긋난다. 이 셋에게 배울 것은 문체가 아니라 태도다. 자기 시대의 지배 문체를 의심하는 태도, 자기 눈으로 본 것을 자기 말로 적는 태도, 그리고 그 글에 자기 이름을 거는 태도. 이것이 내가 이 세 스승을 한 자리에 모신 이유다. 우리말 글쓰기 교육의 마지막 도착점이 이 태도여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김훈은 말했다. “문장의 뼈대는 주어와 서술어다.”
박지원은 말했다. “글자는 병사요, 뜻은 장수다.”
이용휴는 말했다. “문장가가 가진 붓의 힘, 그 한 가지만 있으면 된다.”

셋 모두 문장 자체의 힘을 믿었다. 권위, 지위, 관습에 기대지 않고 오직 문장의 정확성과 진정성으로 승부하겠다는 선언이다. 이 정신이 이 글이 제안하는 우리말 글쓰기의 뿌리다. 이 뿌리에서 자란 가지를 어떻게 교육 과정으로 묶을 수 있을지는 책 끝에 부록으로 따로 두었다.

9. 결론: 우리말 글쓰기의 미래

이 글이 일관되게 가리키는 자리는 단지 기교의 습득이 아니다. 우리말의 정체성 회복이다. 훈민정음의 창제 정신은 백성이 자신의 뜻을 펴는 데 걸림돌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며, 이는 현대 사회에서 ‘정확하고 명료한 자기표현’이라는 시민 역량으로 이어진다.

교착어로서 한국어의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일본어 투 및 번역투의 오염을 걷어내는 작업은 사고의 주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이다. 여기에 김훈 선생이 보여준 간결체의 미학, 박지원 선생의 소품체와 관찰의 깊이 그리고 이용휴 선생이 보여준 파격적 문장과 정감의 글쓰기를 접목한다면 우리 문장은 더욱 단단하고 깊이 있는 사고와 소통의 도구가 될 것이다. 글쓰기 교육은 기술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세상을 인지하고 서술하는 방식을 바꾸는 작업이다. 이로써 훈민정음의 창제 정신이 오늘날에도 살아 숨쉬는 생명력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이 글에서 제시한 원칙을 몸에 익힌 사람이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그는 이메일을 쓰다가 ‘~에 의해’가 손끝에서 나오면 잠깐 멈추고 주어를 찾아 앞으로 옮겨 쓴다. 보고서 초안을 소리 내어 읽으며 ‘~적, ~의, ~것’을 세어 본다. 회의에서 동료가 “납기가 촉박합니다”라고 말하면 속으로 ‘마감이 촉박합니다’라고 고쳐 듣는다. 영화를 본 뒤 감상을 묻는 자리에서는 “재밌는 것 같아요” 대신 “재밌었습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내게 매일 벌어지는 일이다. 이 작은 변화가 쌓이면 말과 글의 결이 달라지고, 말과 글의 결이 달라지면 생각의 결이 달라진다. 한 조직에서 이런 사람이 열 명만 모여도 회의록의 얼굴이 바뀐다. 백 명이 모이면 그 조직의 문서 전체가 바뀐다. 천 명이 모이면 한국어 공용문의 풍경이 바뀐다. 나는 그 풍경을 보고 싶다.

나의 공부 역시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글은 제대로 된 우리말 글쓰기를 향한 첫 걸음의 기록일 뿐이다. 앞으로 이 교육과정을 실제 현장에서 운영하며 더 많은 사례를 쌓고, 수강자들의 글에서 배워 과정을 다듬을 수 있기를 바란다. 세 문장가에 더해 더 많은 선현의 문장을 공부할 것이다. 이오덕 선생이 그러했듯, 남영신 선생이 그러했듯, 김흥식 선생이 그러했듯, 우리말을 지키는 일은 누군가 붙들고 있어야 이어진다. 나는 그 대열을 따라갈 뿐이다. 언젠가 이 공부가 더 여물기를 바란다. 그때가 되면 이 글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퇴고할 것이다. 이 글에도 내가 아직 찾아내지 못한 수동태와 번역투가 곳곳에 숨어 있을 것임을 안다. 스스로 벼리는 일은 끝나지 않는다.

덧붙이는 말

이 글의 초고를 탈고하고 Claude Opus 4.7에게 이 글이 주장하는 글쓰기 원칙과 이 글에 쓰인 문장이 충돌하는 지점을 찾아줄 것을 주문했다. 우리말 글쓰기를 역설하는 이 글에도 불필요한 피동표현과 영어 번역투 표현이 있었다. Claude는 특히 ’~적(的)’을 과도하게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본문에 총 94회나 사용했다고 하니 새삼 습관의 무서움을 느낀다. AI가 지적한 것을 모두 고치지는 않았다. 의도를 갖고 피동사를 사용한 부분은 그대로 두었다. ’~적(的)’을 쓴 것들 중 우리말로 바꿀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바꾸려 노력했다. 다만 참고문헌에서 인용한 것들과 학술 표현이나 전문 용어 등 ’~적(的)’을 포함한 용어가 표준으로 굳어진 경우에는 그대로 두었다.

AI의 시대에 글쓰기가 전에 없이 편해졌음을 체감했다. 어쩌면 깨끗한 우리글은 웬만한 사람보다 훈련 받은 AI가 더 잘 쓸 날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AI가 따라할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보이는 것은 문장가의 개성을 담은 문체요 보이지 않는 것은 문장가의 정신이 아닐까.


부록. 우리말 글쓰기 교육 과정 (초안)

다음 교육 과정은 Claude AI(Opus 4.7)가 작성한 초안이다. 본문 8장까지의 글을 학습 자료로 넣고 본문의 주장과 분석에 부합하는 6~8회 분량의 교육 과정을 만들도록 주문하여 받은 결과다. 내가 일부 다듬었으나 골격과 대부분의 표현은 AI의 저작이다.

AI가 만든 글을 본문에 두지 않고 부록으로 분리한 것은 두 가지 까닭에서다. 첫째, 본문은 저자의 사유와 문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이 글의 주장이며 그 주장과 형식이 어긋나서는 안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둘째, 그렇다 하더라도 AI가 본문의 원칙을 충실히 학습한 뒤 만들어낸 교육 과정에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본문의 원칙이 실제 교육으로 어떻게 옮겨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참고할 만한 답안이기 때문이다. 부록의 자리에 두는 것이 알맞은 처지라 판단했다.

만약 우리말 글쓰기 교육에 관심이 있는 독자가 있다면 이 부록을 그대로 강의에 가져다 써도 좋고, 자신의 교육 환경에 맞게 변형해도 좋다. 다만 어느 쪽이든 출발점은 본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주기를 당부한다.

과정 개요

본 과정은 업무용 글쓰기 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계했다. 전체 8회, 회당 120분(강의 60분 + 실습 60분)으로 구성한다. 훈민정음의 철학에서 출발하여 언어 순화와 능동문 훈련을 거치고, 글의 구조와 업무 문서 실무를 익힌 뒤, 세 문장가의 글쓰기 원리를 실습하고, 종합 퇴고로 마무리한다.

각 회차에는 핵심 원칙 한 문장을 붙였다. 교육이 끝난 뒤 여덟 문장만 기억해도 글쓰기 태도가 바뀔 수 있도록 만들었다.

회차 주제 핵심 원칙
1 훈민정음의 정신과 언어 순화 우리말을 써라
2 능동적 문장 구조와 조사의 활용 주어를 세워라
3 글의 구조와 결론부터 쓰기 결론부터 말하라
4 업무 문서 실무 독자의 입장에서 쓰고 할 일을 먼저 밝혀라
5 김훈의 간결체 기름기를 빼라
6 박지원의 관찰과 형상화 눈으로 본 것을 쓰라
7 이용휴의 파격과 진정성 남의 문체를 빌리지 마라
8 종합 퇴고와 문장 완성 스스로 벼려라

제1회차: 훈민정음의 정신과 언어의 주체성 회복

핵심 원칙: 우리말을 써라.

  • 학습 목표
    • 훈민정음의 창제 정신(자주·애민·실용)을 이해하고, 이를 현대 글쓰기의 기초 철학으로 삼는다
    • 일본어 투 어휘와 번역투 표현을 알아보는 눈을 기르고, 우리말로 바꾸는 감각을 익힌다
  • 강의 내용 (60분)
    • 『훈민정음 해례본』 어제 서문 읽기: 현대어 번역과 원문 대조. 자주·애민·실용 정신이 현대 글쓰기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토론한다
    • 제자 원리의 능동적 우주관: 삼재(천·지·인)에서 사람(ㅣ)이 능동적 매개자라는 점을 설명하고, 이를 문장에서 주어가 행위의 중심에 서는 능동문과 연결한다
    • 일본어 투 용어 순화: 4장에서 다룬 세 유형(‘가-’ 접두사형, 일본어 직접 유입형, 한자 위장형)의 사례를 보여주고, 일터에서 자주 쓰는 일본식 용어를 함께 찾아본다
    • 번역투 문장 패턴: 4장에서 다룬 아홉 가지 번역투 패턴 가운데 가장 흔한 다섯 가지(~에 다름 아니다, ~에 의해, ~에 대하여, ~에 있어서, 이중 부정)를 교정 전후 사례와 함께 설명한다
  • 실습 활동 (60분)
    • 단어 순화 훈련 (20분)
      • 교육자는 일본어 투 단어 목록을 제공하고, 수강자는 그 중 자신이 실제로 쓰는 것에 표시한다
      • 표시한 단어를 우리말로 바꾸어 각각 짧은 문장 하나씩 써 본다
    • 문장 교정 훈련 (30분)
      • 교육자는 행정 문서 스타일의 문단 하나를 제공하고, 수강자는 일본어 투 용어와 번역투 표현을 모두 찾아 밑줄을 친다
      • 밑줄 친 부분을 우리말로 고쳐 문단 전체를 다시 써 본다
      • 교정 전후의 글자 수를 세고, 의미가 달라진 부분이 있는지 확인한다
    • 돌아보기 (10분)
      • 교정 전후 문단을 소리 내어 읽고 차이를 느껴본다
      • 동료와 교정 결과를 비교한다

제2회차: 능동적 문장 구조와 조사의 활용

핵심 원칙: 주어를 세워라.

  • 학습 목표
    • 교착어의 특징인 조사를 정확히 구사하여 문장의 초점을 조절하는 감각을 익힌다
    • 피동문을 능동문으로 전환하고, 수동태 남용이 사고에 미치는 영향을 체감한다
    • ‘~인 것 같다’ 식 추정 화법의 폐해를 인식하고 단정형으로 고치는 연습을 한다
  • 강의 내용 (60분)
    • 격조사와 보조사의 차이: ‘이/가’와 ‘은/는’이 문장의 초점을 어떻게 바꾸는지 사례로 보여준다
    • 피동 표현의 남용 사례 분석: 3장에서 논한 피동사와 수동태의 구별, ‘-어지다/-아지다’의 통사적 피동 문제를 실제 문장으로 점검한다
    • 무생물 주어 지양과 사람 주어의 회복: 영어식 무생물 주어 구문(‘이 정책이 경제를 살린다’)을 사람 주어 구문(‘정부가 이 정책으로 경제를 살린다’)으로 바꾸는 원리를 설명한다
    • 추정 화법의 문제: 3장에서 다룬 ‘정말 재밌는 것 같아요’ 사례를 보여주고, 자기 판단을 남에게 떠넘기는 화법이 능동적 사고를 갉아먹는 과정을 설명한다
  • 실습 활동 (60분)
    • 피동문 → 능동문 교정 훈련 (25분)
      • 주어진 피동문 10개를 능동문으로 교정한다: 교정할 때 아래 세 가지 판별 기준을 적용한다
      1. 주어가 사람인가?
      2. 서술어가 능동사인가?
      3. ‘~에 의해’, ‘~되어지다’, ‘~어지다’ 등 피동 표지가 없는가?
      • 세 기준을 모두 충족하면 교정 완료. 교정이 어렵다고 느끼는 부분을 집중해서 다시 고친다
    • 추정 화법 교정 훈련 (15분)
      • 교육자는 대화문 10개를 제공하고, 수강자는 불필요한 추정 표현(‘~인 것 같다’, ‘~라고 생각된다’, ‘~지 않나 싶다’)을 찾아 단정형으로 고친다
      • 교정 후 문장이 무례하게 느껴진다면 어미를 바꾸되 추정은 쓰지 않는다
    • 조사 바꾸기 훈련 (20분)
      • 주어진 문장 5개에서 보조사 ‘은/는’을 격조사 ‘이/가’로 바꾸거나 그 반대로 바꾼 뒤 의미 변화를 분석한다 (‘꽃은 피었다’와 ‘꽃이 피었다’의 차이를 참고하라)

제3회차: 글의 구조와 결론부터 쓰기

핵심 원칙: 결론부터 말하라.

  • 학습 목표
    • 결론을 앞세우는 글의 원리를 익히고, 읽는 사람 입장에서 글의 구조를 정한다
    • 핵심 주장을 지지하는 근거를 쌓는 방법을 이해하고, 한 묶음의 근거가 서로 겹치지 않고 빠짐없이 모이도록 가른다 (영어권에서는 이 개념을 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 줄여서 MECE라고 부른다)
    • 글의 목적과 읽는 사람에 맞추어 다섯 가지 구조 가운데 알맞은 것을 고른다. 굳이 이 다섯 가지 구조에 국한할 필요는 없으나 가장 손쉬운 용례로 익힌다
  • 강의 내용 (60분)
    • 왜 결론을 앞세우는가 (15분):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안다’는 말이 있지만, 일터의 글은 다르다. 읽는 사람이 큰 그림을 먼저 이해해야 세부 내용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첫 문단(문장)에 결론을, 뒤 문단(문장)에 근거를 제시한다. 이는 2회차에서 익힌 화법과도 맥이 닿는다. ‘~인 것 같다’로 판단을 미루지 않고 ‘~이다’로 결론을 확정하는 태도가, 글 전체에서는 결론을 앞세우는 태도로 자란다. 결론을 앞세우는 일은 곧 자기 판단에 책임을 지는 일이다
    • 서두를 세우는 법 (10분): 글을 열 때 세 단계를 생각한다. 이미 알려진 상황(너도 알고 나도 아는 것, 익숙해서 이해가 빠르다)을 먼저 말하고, 그 상황에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문제를 짚고(문제는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다),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잇는다. 이 세 걸음을 거치면 읽는 사람이 본론의 결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 글의 다섯 가지 구조와 각각의 선택법 (20분): 글의 목적과 읽는 사람에 따라 짜임을 달리한다.
    1. 흐름: 상황 → 문제 → 해결로 이어 가는 짜임.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 이야기하듯 들려줄 때 좋다.
    2. 묶음: 핵심 주장 하나를 여러 근거 묶음이 나누어 받치는 구조. 묶음끼리 겹치지 않고 빠짐이 없어야 한다.
    3. 견줌: 여러 선택지를 늘어놓고 견주어 가장 나은 것을 고르는 구조. 읽는 사람이 직접 고르고 싶어 할 때 좋다.
    4. 거르기: 기준을 세워 후보를 차례로 걸러 내고 남은 것을 고르는 구조.
    5. 받아치기: 주장 → 근거 → 예상 반론 → 되받기 → 결론으로 잇는 구조. 읽는 사람이 내 주장에 반대할 가능성이 클 때 사용하기 좋다.
    • 어떤 구조를 고를지 기준은 단순하다. 읽는 사람의 상태를 먼저 살핀다. 배경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는 흐름 구조를, 의심하는 사람에게는 받아치기 구조를, 직접 고르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는 견줌 구조를 제시한다
    • 주제 아래 근거를 쌓는 구조 (15분): 글의 뼈대를 위에서 아래로 세운다. 맨 위에 핵심 주장 하나를 두고, 그 아래에 그것을 받치는 근거들을 배치한다. 위 층은 아래 층을 요약하고, 같은 층에 놓인 근거들은 같은 깊이여야 한다. 아래층의 근거는 위층을 읽는 사람이 던지는 질문 ’왜?’와 ’어떻게?’에 답해야 한다. 같은 층에 놓인 근거들은 서로 겹치지 않고, 합치면 빠짐이 없어야 한다. (이 구조는 바버라 민토가 정리한 ‘피라미드 원리’와 위에 설명한 MECE를 우리말로 다시 푼 것이다)
  • 실습 활동 (60분)
    • 결론을 앞으로 끌어내기 (15분)
      • 결론이 맨 뒤에 놓인 늘어진 글 하나를 읽는다. (예: 여러 사람의 일정 사정을 길게 늘어놓다가 맨 끝에 ‘회의를 목요일 오전 11시로 미루자’고 맺는 쪽지)
      • 결론을 첫 문장으로 끌어올리고, 나머지를 첫 문장을 지지하는 근거로 다시 배열한다
      • 고치기 전과 후를 견주어,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한 줄로 쓴다
    • 근거를 겹침 없이 빠짐 없이 묶기 (20분)
      • 교육자는 한 가지 주장과 그것을 지지하는 근거 쪽지 8~10장을 제시한다. 쪽지는 일부러 뒤섞어 놓는다
      • 수강자는 주장 아래에 근거를 두세 묶음으로 묶어 가르되, 묶음끼리 겹치지 않고 합쳐서 빠짐이 없게 한다
      • 같은 묶음에 같은 종류의 근거가 모였는지, 묶음끼리는 종류가 다른지 점검한다
    • 구조를 골라 한 쪽 쓰기 (25분)
      • 아래 업무 상황 가운데 하나를 고른다
      1. 수익이 나지 않는 제품 하나를 접자고 윗선에 제안하는 글
      2. 재택근무 제도를 새로 들이자고 제안하는 글
      3. 협력사를 세 곳 가운데 한 곳으로 정하자고 제안하는 글
      • 다섯 구조 가운데 하나를 골라 한 쪽 분량으로 쓴다. 이 때 반드시 결론을 맨 앞에 둔다
      • 왜 그 구조를 골랐는지, 읽는 사람의 상태를 근거로 한 줄로 밝힌다

제4회차: 업무 문서 실무 — 이메일·보고서·품의서

핵심 원칙: 독자의 입장에서 쓰고 할 일을 먼저 밝혀라.

  • 학습 목표
    • 이메일·보고서·결재서를 받는 사람을 명확히 정하고(수신인·참조인, 결재·합의 등), 글의 목적을 첫머리에 밝히는 방법을 익힌다
    • 3회차의 결론부터 쓰기와 2회차의 능동문 쓰기를 업무 문서 작성에 적용해, 읽는 사람이 해야 할 일과 기한을 분명히 한다
    • 업무 문서에 자주 발생하는 실수 사례를 알아보고 스스로 고친다
  • 강의 내용 (60분)
    • 업무 문서의 공통 원칙 (15분): 세 가지를 먼저 정한다. 누가 이 글을 읽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결론이 무엇인가, 언제까지인가. 받는 사람을 먼저 정하고, 결론을 첫머리에 두고, 할 일과 기한을 분명히 한다. 빈말과 수식을 덜어 내고 가능하면 숫자 근거를 제시한다. ‘크게 늘었다’가 아니라 ‘15%포인트 늘었다’로 쓴다. 이는 2회차의 능동문, 3회차의 결론부터 쓰기를 업무 문서에 그대로 옮긴 것이다
    • 이메일 (15분): 받는 사람과 참조와 숨은 참조를 가른다. 받는 사람은 해당 이메일에 답을 해야 하는 사람이고, 참조는 내용을 알고만 있어도 되는 사람이다. 제목만 읽어도 내용과 할 일을 알 수 있게 쓴다. 제목 머리에 (회신 요망), (긴급) 같은 말머리를 달아 읽는 사람이 할 일을 먼저 알게 하는 요령도 제시한다. 본문은 인사 → 목적 → 요청과 기한 → 맺음 차례로 짧게 잇는다. 내부인 간 소통인 경우 인사는 생략해도 좋다
    • 보고서 (20분): 나쁜 보고서의 전형은 다음과 같다. 틀을 갖추지 못한 글, 장황해서 초점이 없는 글, 읽을수록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알 수 없는 글, 문제의식이 보이지 않는 글. 좋은 보고서는 짜임이 단순하다. 한 일과 배경 → 결과(숫자를 반드시 넣는다) → 배운 점과 부족한 점 → 다음 할 일 순서면 충분하다. 다 쓴 뒤 한 가지를 묻는다. 읽는 사람이 ’그래서?’라고 물을 때 이 글이 답하는가
    • 결재서 (10분): 결재자와 합의자, 참조인을 구분한다. 결재자는 승인하고 책임지는 사람이고, 합의자는 함께 확인해야 하는 사람이다(예: 비용은 회계, 채용은 인사). 결재선은 자신이 속한 조직의 결재 규정을 준수한다. 제목은 집행 목적을 그대로 드러내고, 목적·금액·시행일·내역을 빠짐없이 갖춘다
  • 실습 활동 (60분)
    • 받는 사람과 제목 고치기 (15분)
      • 교육자는 잘못 쓴 제목과 수신 설정 사례 몇 개를 제시한다. (예: 무엇을 하라는지 알 수 없는 긴 제목, 누가 그 일을 해야하는지 한 눈에 알 수 없게 여러 사람을 수신자로 지정한 이메일)
      • 수강자는 제목을 한눈에 읽을 수 있게 고치고, 받는 사람·참조자를 다시 설정한다
      • 고친 제목만 읽어도 할 일이 보이는지 동료와 비교해 본다
    • 보고서 한 쪽 진단하고 고치기 (20분)
      • 틀이 흐트러진 보고서 한 쪽을 읽고, 위의 네 가지 잣대(틀·초점·명료·문제의식)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진단한다
      • 결론을 첫머리로 끌어올리고, 빈말을 숫자로 바꾸고, 글의 짜임을 ‘한 일 → 결과 → 배운 점 → 다음 할 일’로 다시 쓴다
    • 자기 문서 다시 쓰기 (25분)
      • 수강자는 최근 자신이 실제로 보낸 이메일이나 보고서나 결재서 하나를 고른다 (이 실습을 위해 가상의 문서를 만들지 않는다. 실제 사례를 고치는 것이 실습의 의도다)
      • 오늘 배운 원칙을 적용하여 고쳐 쓴다. 결론을 앞으로 옮기고, 받는 사람을 명확히 좁히고, 할 일과 기한을 분명히 하고, 숫자로 받친다
      • 고치기 전과 후를 나란히 두고,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한 줄로 적어 제출한다

제5회차: 김훈 식 문체 따라해 보기 - 문장의 경제성과 완결성

핵심 원칙: 기름기를 빼라.

  • 학습 목표
    • 수사적 군더더기(’-적, -의, -것’, 부사, 관념적 형용사)를 제거하고, 사실과 묘사 중심의 강건한 단문을 구성한다
    • 감정을 배제하고 사실에 밀착한 과학적 묘사 기법을 실습한다
    • 조사 선택의 미묘한 차이를 체득하여 문장의 초점을 정밀하게 조절한다
  • 강의 내용 (60분)
    • 『칼의 노래』, 『라면을 끓이며』 핵심 대목 읽기와 해설
    • 김훈의 문장 철학 3원리: 감정의 배제, 단문의 미학, 과학적 묘사
    • ‘적, 의, 것’ 교정 실전: 5장에서 다룬 교정 체크리스트를 활용하여 실제 문장을 고쳐본다
    • ‘꽃은 피었다’와 ‘꽃이 피었다’: 김훈이 조사 하나를 고치며 “담배를 한 갑 피웠다”고 말한 일화를 소개하고, 의미의 세계와 사실의 세계를 구별하는 전략을 설명한다
  • 실습 활동 (60분)
    • 기름기 제거 훈련 (20분)
      • 교육자는 500자 분량의 글을 제시하고, 수강자는 그 글에서 ‘-적’, ‘-의’, ‘-것’, 부사, 감정 형용사를 모두 찾아내어 삭제하거나 대체한다
      • 남은 문장의 자수를 세고, 원래 문장과 비교하여 의미 손실 여부를 점검한다
    • 과학적 묘사 훈련 (20분)
      • 교실에 있는 사물 하나(연필, 물컵, 창문 등)를 택하여 세 문장으로 묘사한다
      • 첫 문장은 크기와 형태, 둘째 문장은 재질과 색깔, 셋째 문장은 움직임이나 상태를 쓴다
      • 형용사는 물리적 속성만 허용한다 (‘아름다운’, ‘멋진’ 같은 감상적 형용사는 금지)
    • 1000자 → 300자 압축 훈련 (20분)
      • 주어진 1000자 분량의 감상적인 글(에세이, 감상문 등)을 300자 이내로 압축한다
      • 감정 표현을 모두 삭제하고 사실만 남긴다
      • 압축 후에도 글의 핵심 메시지가 유지되는지 확인한다

제6회차: 박지원의 소품체와 관찰의 깊이

핵심 원칙: 눈으로 본 것을 쓰라.

  • 학습 목표
    • 박지원의 관찰적 소품체로 고정관념을 벗어난 묘사를 익힌다
    • 관찰에서 출발하여 형상화(비유·의인화)로 나아가는 순서를 체득한다
    • 시선의 전환을 의식적으로 훈련하여 같은 소재에서 다른 글을 쓰는 감각을 기른다
  • 강의 내용 (60분)
    • 「일야구도하기」, 「호질」 핵심 대목 읽기와 해설
    • 박지원의 문장 철학 3원리: 법고창신, 관찰의 깊이, 유머와 풍자
    • 관찰 → 형상화 → 통찰의 3단계 구조 분석: 6장에서 다룬 소품체의 구조를 도식화하여 보여준다
    • 박지원의 관찰법 다섯 가지(구체적 관찰, 오감 활용, 자연과 인간의 평등, 형상화, 다양한 관점)를 사례와 함께 설명한다
  • 실습 활동 (60분)
    • 오감 관찰 훈련 (20분)
      • 교실 밖으로 나가 자연 사물 하나(나무, 돌, 물웅덩이 등)를 10분간 관찰한다
      • 시각·청각·촉각·후각 각각으로 포착한 것을 한 문장씩 쓰고, 네 문장을 하나의 짧은 묘사문으로 엮는다
    • 시선 전환 훈련 (20분)
      • 같은 장면(예: 출근길의 지하철)을 두 편의 글로 쓴다
      • 첫 번째는 승객의 시점에서, 두 번째는 지하철 좌석의 시점에서 쓴다
      • 두 글의 차이를 분석한다
    • 관찰에서 형상화로 (20분)
      • 오감 관찰 훈련에서 쓴 네 문장 중 하나를 골라, 박지원 식 형상화 기법으로 고쳐 쓴다
      • 먼저 관찰 문장을 그대로 놓고, 그 옆에 비유 또는 의인화를 활용한 문장을 쓴다
      • 두 문장을 비교하며 어떤 것이 더 생동감 있는지, 관찰의 정확성은 유지되는지 점검한다

제7회차: 이용휴의 파격적 문장론과 정감의 글쓰기

핵심 원칙: 남의 문체를 빌리지 마라.

  • 학습 목표
    • 이용휴의 파격적 문장론을 배우고 틀에 박인 문체를 해체하는 감각을 익힌다
    • 허사와 상투적 접속사를 줄여 문장의 밀도를 높이는 기법을 실습한다
    • 비주류 인물과 일상적 소재를 글감으로 삼아 진정성 있는 짧은 산문을 쓴다
  • 강의 내용 (60분)
    • 접속사 제거의 원리 (15분): 이용휴가 한문의 허사 之(지), 而(이)를 쓰지 않은 실험을 소개하고, 현대 한국어에서 상투적 접속사(‘그리고’, ‘그러나’, ‘따라서’)를 줄이면 문장의 주어와 서술어가 선명해지는 과정을 7장의 교정 사례표와 함께 보여준다
    • 「환아잠」, 「평와집서」, 「해서개자」 읽기와 해설 (25분)
    • 이용휴의 문장 철학 3원리: 속문의 격상, 정의 글쓰기, 기(奇)의 추구
    • 김훈·박지원·이용휴 비교표(8장)를 활용한 토론 (20분): 세 문장가의 감정 처리 방식, 문장 전략, 독자와의 관계를 비교하고, 자신이 어느 유형에 가까운지 생각해 본다
  • 실습 활동 (60분)
    • 접속사 제거 훈련 (15분)
      • 교육자는 500자 분량의 글을 제공하고, 수강자는 그 글에서 접속사(‘그리고’, ‘그러나’, ‘그래서’, ‘따라서’, ‘한편’, ‘또한’ 등)를 모두 삭제한다
      • 삭제 후 문장이 연결되지 않는 곳만 골라, 접속사 없이 문장 순서를 바꾸거나 앞 문장의 종결 어미를 고쳐 연결해 본다. 그래도 어색하면 접속사를 다시 쓴다
      • 최종 글에 남은 접속사의 수를 세어 본다
    • 동료 인물 전(傳) 쓰기 (25분)
      • 같은 조직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 가운데 눈에 잘 띄지 않는 동료 한 명을 택한다
      • 그 사람의 한 장면(일하는 모습, 말버릇, 습관적 행동)을 300자 이내로 쓴다
      • 이용휴의 원칙에 따라 서론을 생략하고, 한 장면 또는 한마디 말에 그 사람의 본질을 담는다
      • 판단은 유보하고 장면만 보여준다
    • ‘나의 문체 선언’ 짧은 글쓰기 (20분)
      • 「환아잠」의 정신에 따라, 관습·통념·상투적 표현이 앗아간 ‘나의 문체’를 되찾겠다는 선언문을 200자 이내로 쓴다
      • 지금까지 배운 원칙 가운데 자기에게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골라 그 이유를 쓰되, 추상적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 경험에서 출발한다

제8회차: 종합 퇴고 및 문장 완성

핵심 원칙: 스스로 벼려라.

  • 학습 목표
    • 1~7회차에서 익힌 원칙을 통합 체크리스트로 정리하고, 자기 글에 적용하는 퇴고 능력을 확보한다
    • 구조 퇴고 → 문장 퇴고 → 어휘 퇴고의 3단계 퇴고법을 체득한다
    • 자기만의 문체를 확립하며, 교육 전후의 변화를 확인한다
  • 강의 내용 (60분)
    • 통합 교정 체크리스트 배포와 해설 (20분): 아래 표를 배포하고, 각 항목이 어느 회차의 어떤 원리에서 나온 것인지 되짚어 본다
    • 퇴고의 3단계 (20분)
    1. 구조 퇴고: 글 전체의 흐름을 점검한다. 주제문이 분명한가? 단락의 순서가 논리적인가? 불필요한 단락이 있는가?
    2. 문장 퇴고: 문장 단위로 점검한다.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하는가? 피동문을 능동문으로 바꿀 수 있는가? 문장이 너무 길지 않은가?
    3. 어휘 퇴고: 단어 단위로 점검한다. 일본식 한자어가 남아 있는가? ‘-적, -의, -것’을 줄일 수 있는가? 더 정확한 단어가 있는가?
    • 퇴고 시연 (20분): 교육자가 수강자의 글 한 편을 고르고, 3단계 퇴고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어디서 무엇을 왜 고치는지 말하면서 고친다

통합 교정 체크리스트

점검항목 질문 근거
어휘 일본식 한자어나 번역투 표현을 쓰지 않았는가? 1회차
주어 주어가 사람인가? 주어가 행위의 주체로 서 있는가? 2회차
서술어 능동사를 썼는가? ‘~되어지다’, ‘~에 의해’ 등 피동 표지가 없는가? 2회차
추정 ‘~인 것 같다’, ‘~라고 생각된다’를 단정형으로 바꿀 수 있는가? 2회차
구조 결론을 앞에 세웠는가? 근거가 겹치거나 빠지지 않는가? 3회차
형식 받는 사람과 할 일, 기한을 분명히 했는가? 4회차
군더더기 ‘-적’, ‘-의’, ‘-것’, 불필요한 부사를 삭제해도 뜻이 유지되는가? 5회차
묘사 감상에 젖은 형용사 대신 물리적 속성으로 묘사했는가? 5회차
관찰 관념이 아니라 눈으로 본 것에서 출발했는가? 6회차
접속사 상투적 접속사를 줄일 수 있는가? 7회차
진정성 남의 문체를 빌리지 않고 자기 목소리로 썼는가? 7회차
  • 실습 활동 (60분)
    • 자기 글 진단 (15분)
      • 1~7회차에서 쓴 글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 하나를 골라, 통합 교정 체크리스트에 따라 스스로 진단한다
      • 각 항목에 ○(문제 없음) 또는 ×(교정 필요)를 표시하고, ×가 붙은 부분을 고친다
    • 상호 퇴고 (15분)
      • 자기 진단을 마친 글을 동료와 교환한다
      • 동료의 글을 체크리스트에 따라 점검하되, 교정할 때 반드시 교정 사유를 한 줄로 적는다 (‘피동문이라 능동문으로 고침’, ‘일본식 한자어를 우리말로 바꿈’ 식으로)
    • 최종 원고 작성 (30분)
      • 아래 네 주제 가운데 하나를 골라 1,500자 내외의 글을 쓴다
      1. 내가 매일 하는 일: 출근부터 퇴근까지 어느 한 시간을 골라, 내가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 사실만으로 묘사한다
      2. 내가 가장 잘 아는 사물 하나: 매일 쓰는 도구(키보드, 만년필, 프라이팬 등)를 골라, 형태·재질·움직임을 관찰하여 쓴다
      3. 지금 내 자리에서 보이는 풍경: 창 밖이든 모니터 앞이든, 눈앞에 펼쳐진 것을 있는 그대로 쓴다
      4. 내 인생에서 잊히지 않는 한 사람: 가족이든 동료든 스승이든 한 사람을 정해, 그 사람의 한 장면을 묘사한다. 평가나 찬사 없이 장면만 보여주되, 그 장면 안에 그 사람의 본질이 담기도록 쓴다. 이용휴가 「해서개자」에서 거지를 그린 방식, 외손자에게 보낸 글에서 한 사람의 깊은 이해를 말한 방식을 떠올려라.
      • 쓸 때 8회차 체크리스트를 옆에 놓고, 문장 하나를 쓸 때마다 점검한다
      • 완성한 글은 교육자에게 제출한다
      • 교육자는 첨삭 후 개별 피드백을 준다.

* 주요 교정 원칙

교육 현장에서 교육자가 학습자에게 강조해야 할 핵심 교정 원칙은 다음과 같다.

항목 폐기해야 할 습관 지향해야 할 방향
어휘 일본식 한자어 (견적, 납기, 잔업 등) 우리말 (추산, 마감, 시간 외 일)
문장 구조 번역투 피동문 (~에 의해, ~되어지다) 주체를 세운 능동문 (누가 무엇을 했다)
수사 모호한 관념어와 장황한 수식어 구체적 명사와 사실 위주의 묘사
문법 요소 ‘-의, -적, -것’의 남용 조사의 정확한 사용과 간결한 종결
주어 설정 사물에 행위를 떠넘긴 물주구문 (비가 나를 슬프게 한다) 행위의 주체는 사람 (나는 비가 와서 슬프다)
화법 추정 화법 (~인 것 같다) 단정 화법 (~이다, ~했다)
접속 상투적 접속사 남발 (그리고, 따라서) 문장 자체의 힘으로 연결

문장은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교육자가 학습자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 학습자는 자신의 문장을 끊임없이 벼려내는 정성이 필요하다. 이 교육 과정이 그 벼림의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별첨. 교정 전후 문제은행 (실습용)

쓰는 법. 회차별 실습에서 필요한 만큼 골라 쓴다. 학습자에게는 ‘교정 전’ 문장만 주고 직접 고치게 한 뒤, ‘교정 후’내용과 맞춰 본다. ‘까닭’ 칸은 교정 사유를 한 줄로 적는 훈련(8회차 상호 퇴고 방식)에 그대로 쓴다.

출처. 교정 유형은 이오덕 『우리글 바로 쓰기』와 국립국어원 『일본어 투 용어 순화 자료집』을 따랐다. 예문은 업무 상황에 맞추어 새로 지었다.


1회차 실습 — 일본식 한자어와 번역투를 우리말로

1-가. 일본식 한자어 → 우리말

교정 전 교정 후 까닭
견적서를 금일 중으로 송부 바랍니다. 추산서를 오늘 안에 보내 주세요. 일본식 한자어(견적·금일·송부)
납기가 촉박하여 잔업이 불가피합니다. 마감이 빠듯해 시간 외 일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납기·잔업
가계약을 먼저 체결합시다. 임시 계약을 먼저 맺읍시다. ‘가-’ 접두사
매상이 전월 대비 늘었습니다. 판매액이 지난달보다 늘었습니다. 매상·전월
익일 발송, 당월 마감을 원칙으로 합니다. 다음 날 보내고, 이달에 마감하기로 합니다. 익일·당월
견습 사원에게 업무를 인계하세요. 수습 사원에게 일을 넘기세요. 견습·인계
본 건은 익월로 이월합니다. 이 일은 다음 달로 넘깁니다. 본 건·익월·이월
단도리를 잘 해 둡시다. 채비를 잘 해 둡시다. 일본어 직접 유입

1-나. 번역투 → 우리말

교정 전 교정 후 까닭
이 사안에 대하여 검토가 필요하다. 이 사안을 검토해야 한다. ‘~에 대하여’
고객 만족도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겠습니다. 고객이 더 만족하도록 애쓰겠습니다. ‘~를 위하여’
본 제도는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제도에는 여러 장점이 있다. ‘가지다’의 남용
추가 인력을 필요로 한다. 사람이 더 필요하다. ‘~을 필요로 하다’
회의에 있어서 시간 엄수가 중요하다. 회의에서는 시간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 ‘~에 있어서’
협력사와의 협의를 진행 중이다. 협력사와 협의하고 있다. ‘~와의’
시장 진출에의 의지가 강하다. 시장에 진출하려는 뜻이 강하다. ‘~에의’
이는 사실상 철수에 다름 아니다. 이는 사실상 철수다. ‘~에 다름 아니다’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이 가능하다’

2회차 실습 — 피동을 능동으로, 추정을 단정으로

2-가. 피동문 → 능동문

교정 전 교정 후 까닭
그 방안은 회의에서 결정되어졌다. 회의에서 그 방안을 정했다. ‘되어진다’
보고서가 팀장에 의해 검토되었다. 팀장이 보고서를 검토했다. ‘~에 의해’
신제품이 시장에 출시되어졌다. 회사가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다. 무생물 주어 + 피동
문제점이 다수 발견되어진다. 우리는 문제점을 여럿 찾았다. ‘되어진다’
일정이 앞당겨지게 되었다. 일정을 앞당겼다. ‘~어지게 되다’
우수 사례로 불리운다. 우수 사례라 부른다. ‘불리운다’
계약이 양사에 의해 체결되었다. 두 회사가 계약을 맺었다. ‘~에 의해’
예산이 큰 폭으로 삭감되어졌다. 회사가 예산을 큰 폭으로 깎았다. ‘되어진다’
책임이 외부로 전가되어서는 안 된다. 책임을 밖으로 떠넘겨서는 안 된다. 피동 + 한자어
이 사안은 신중히 다뤄져야 한다. 이 사안을 신중히 다뤄야 한다. ‘~어지다’

2-나. 추정 화법 → 단정 화법

교정 전 교정 후 까닭
이번 분기 실적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 이번 분기 실적은 괜찮습니다. ‘~인 것 같다’
원인은 공급 지연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원인을 공급 지연으로 봅니다. ‘~라고 생각된다’
일정을 미루는 게 낫지 않나 싶습니다. 일정을 미루는 편이 낫습니다. ‘~지 않나 싶다’
고객이 만족했던 것 같아요. 고객이 만족했습니다. ‘~것 같다’
다음 주에는 끝날 것으로 보여집니다. 다음 주에 끝낼 수 있습니다. 추정 + 피동

3회차 실습 — 결론을 앞으로 (문단 단위)

3-가. 결론이 뒤에 숨은 글 → 결론을 앞세운 글

교정 전

홍보팀과 영업팀 모두 목요일은 어렵다고 합니다. 디자인팀은 수요일 오전만 비고, 외주사는 다음 주나 되어야 시간이 난다고 합니다. 회의실도 이번 주는 거의 차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사정을 맞춰 보면 다음 주 화요일 오전 10시가 가장 낫겠습니다.

교정 후

다음 주 화요일 오전 10시로 회의를 잡읍시다. 이 시간이면 모든 팀과 외주사가 참석할 수 있고, 회의실도 비어 있습니다. 이번 주는 일정과 회의실이 모두 차 있어 어렵습니다.

까닭: 결론(화요일 10시)을 첫 문장으로 올리고, 근거를 뒤에 깔았다. 읽는 사람이 첫 줄에서 할 일을 안다.

3-나. 근거가 흩어진 글 → 핵심 아래 묶은 글

교정 전

이 협력사는 단가가 낮습니다. 납품도 빨랐습니다. 예전에 품질 문제가 한 번 있었지만 바로 고쳤습니다. 담당자가 응대를 잘합니다. 그리고 단가를 더 깎아 줄 여지도 있다고 합니다.

교정 후

이 협력사를 골라야 합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값이 쌉니다(낮은 단가, 추가 인하 여지). 둘째, 일을 믿고 맡길 수 있습니다(빠른 납품, 좋은 응대, 문제 발생 시 즉시 수습).

까닭: 핵심 주장을 맨 앞에 두고, 흩어진 근거를 ‘값’과 ‘신뢰’ 두 묶음으로 갈랐다. 묶음끼리 겹치지 않는다.


4회차 실습 — 업무 문서 다듬기

4-가. 이메일 제목 고치기

잘못 쓴 제목 잘 쓴 제목
안녕하세요 지난번 그 건 관련입니다 [회신 요] OO 견적 확정 여부 (9/5까지)
보고 [보고] 8월 불량률 점검 결과와 대책
자료 공유 [참고] 3분기 매출 추정치 (수정본)
회의 관련 [참석 요] 신제품 검토 회의 (목 15시, 2층)

4-나. 수신·참조 바로잡기

상황: 전 직원 220명에게 온 공지에, 나만 보낼 답을 ‘전체 답장’으로 보냈다.

고치기: 받는 사람을 보낸 사람 한 명으로 좁힌다. 참조는 꼭 알아야 할 사람만 남긴다. 전체에게 갈 필요가 없는 답을 전체에게 보내지 않는다.

4-다. 보고서 문단 진단하고 고치기

교정 전

금번 프로젝트는 여러 어려움이 있었으나 관계자분들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지며, 향후 지속적인 개선이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진단: 결론이 없다(틀). 빈말뿐이다(초점). 무엇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명료). 다음에 무엇을 할지 안 보인다(문제의식). 피동(‘보여지며’)과 번역투(‘요구되는’)도 섞였다.

교정 후

이번 프로젝트로 불량률을 8%에서 3%로 낮췄습니다. 다만 납기는 이틀 늦었습니다. 다음 분기에는 공정 한 곳을 자동화해 납기를 맞추겠습니다.

까닭: 결론(불량률 5%포인트 개선)을 앞세우고, 숫자로 받치고, 다음 걸음을 분명히 했다. 피동과 번역투를 능동문으로 바꿨다.


5회차 실습 — ‘적·의·것’ 빼기와 숫자로 받치기

5-가. ‘적·의·것’ 빼기

교정 전 교정 후 까닭
사회적 비용의 절감이 필요하다. 사회가 치르는 비용을 줄여야 한다. 적·의 제거
근본적인 원인의 분석이 시급하다. 원인을 뿌리까지 빨리 따져야 한다. 적·의 제거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적·것 제거
경제적인 측면의 고려가 빠졌다. 비용을 따지지 않았다. 적·의 제거
긍정적인 결과의 도출을 기대한다. 좋은 결과를 끌어내기를 바란다. 적·의 제거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큰 그림을 보고 다가가야 한다. 적 제거 + 피동
효율적인 업무의 추진 일을 빠르게 해내기 적·의 제거

5-나. 빈말 → 숫자·구체

교정 전 교정 후 까닭
매출이 크게 늘었다. 매출이 15% 늘었다. 부사 대신 숫자
대부분의 직원이 찬성했다. 직원 87%가 찬성했다. 부사 대신 숫자
빠른 시일 안에 처리하겠습니다. 사흘 안에 처리하겠습니다. 막연한 기한 → 날짜
상당한 비용이 든다. 3천만 원이 든다. 부사 대신 금액
조만간 회신드리겠습니다. 금요일까지 회신드리겠습니다. 막연한 기한 → 날짜

참고 문헌

1. 원전 및 1차 자료

  • 박지원, 김혈조 역, 『열하일기 2』, 돌베개, 2009.
  • 박종채, 박희병 역, 『나의 아버지 박지원』, 돌베개, 1998.
  • 유만주, 정환국 외 역, 『흠영』, 학자원, 2022.
  • 이용휴, 박동욱·송혁기 역, 『나를 찾아가는 길: 혜환 이용휴 산문선』, 돌베개, 2014.
  • 이용휴, 조남권·박동욱 역, 『혜환 이용휴 산문전집 상·하』, 소명출판, 2007.

2. 단행본 및 번역서

  • 김혈조 편저, 『박지원: 글쓰기의 혁신과 새세상 만들기』, 창비, 2026.
  • 김흥식, 『우리말은 능동태다』, 그림씨, 2018.
  • 김훈, 『남한산성』, 학고재, 2007.
  • 김훈, 『라면을 끓이며』, 문학동네, 2008.
  • 김훈, 『바다의 기별』, 생각의나무, 2008.
  • 김훈, 『칼의 노래』, 문학동네, 2001.
  • 남영신, 『나의 한국어 바로 쓰기 노트』, 까치, 2023.
  • 박수밀, 『연암 박지원의 글 짓는 법』, 돌베개, 2013.
  • 설흔·박현찬, 『붉은 까마귀: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나무를심는사람들, 2023.
  • 스티븐 킹(Stephen Edwin King), 김진준 역, 『유혹하는 글쓰기』, 김영사, 2021.
  • 이오덕, 『우리글 바로 쓰기 1』, 한길사, 2009.
  • 조지 오웰(George Orwell), 이한중 역, 『나는 왜 쓰는가』, 한겨레출판, 2010.

3. 학술논문

  • 김다원, 「연암의 자연 사물 관찰과 글쓰기 양상 분석 연구: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여행기를 중심으로」, 『대한지리학회지』 제49권 제5호, 대한지리학회, 2014.
  • 김주원, 「훈민정음 해례본의 겉과 속」, 『새국어생활』 제16권 제3호, 국립국어원, 2006.
  • 박수밀, 「연암 박지원의 글쓰기 과정 고」, 『온지논총』, 제28집, 온지학회, 2011,
  • 박용찬, 「훈민정음 창제 정신과 우리의 문자 생활 실태」, 『새국어생활』 제23권 제3호, 국립국어원, 2013.

4. 자료집

  • 국립국어원, 『일본어 투 용어 순화 자료집』, 국립국어원, 2006.

5. 웹자료 및 기사


각주

↩ [1] 김주원, 「훈민정음 해례본의 겉과 속」, 『새국어생활』 제16권 제3호, 국립국어원, 2006, ; 박용찬, 「훈민정음 창제 정신과 우리의 문자 생활 실태」, 『새국어생활』 제23권 제3호, 국립국어원, 2013, ; 한국학중앙연구원 디지털인문학연구소, 「애민 정신이 담긴 글자, 한글」, 『Korea100』, (2026년 4월 접속).
↩ [2] 교착어란 첨가어라고도 한다. 고립어와 굴절어의 중간 성격을 지닌 언어로 어근에 접사가 붙어 문법적 의미를 더한다. 예컨대 ‘가다, 가는, 가고, 갔고’에서 보듯 ’가-’라는 어근에 붙은 접미사에 의해 의미가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어, 터키어, 일본어 등이 이에 속한다. 이와 달리 고립어(중국어, 베트남어 등)는 어형 변화 없이 어순에 의해 문법 기능이 결정되며 굴절어(영어, 독일어 등)는 어형 자체가 변해 다양한 문법 기능을 수행한다.
↩ [3] 한국학중앙연구원, 「훈민정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2026년 4월 접속).
↩ [4] 『뉴스와이어』, 「자연스러움을 갉아먹는 번역투…우리말을 살리는 법」, 2025, (2026년 4월 접속).
↩ [5] 김민지, 「외국어 번역에서 온 잘못된 습관 — ‘번역 투’」, 한글문화연대, 2023, (2026년 4월 접속).
↩ [6]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 무생물 주어 등 문의」(2024년 12월 31일 답변), (2026년 접속). 국립국어원은 ‘민법이’, ‘민법은’처럼 사물을 주어로 세우는 문장을 어법에 맞는 표현으로 인정했고, 능동과 피동이 모두 가능하다고 답했다.
↩ [7] 성백환, 「무생물 주어로 시작되는 타동사 문장의 순차번역 전략」, 『번역학연구』 제7권 제1호, 한국번역학회, 2006, 105~129쪽.
↩ [8] 이영옥, 「무생물 주어 타동사구문의 영한번역」, 『번역학연구』 제2권 제1호, 한국번역학회, 2001, 53~76쪽.
↩ [9] 한국학중앙연구원, 「서술절」,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이중주어문」, (2026년 접속). ‘코끼리가 코가 길다’를 [주어-서술절] 구조로 보아 ‘코가 길다’를 서술절로, ‘코가’를 그 작은 주어로 분석하는 견해는 최현배가 세웠고 현행 학교문법이 따른다.
↩ [10]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 (2026년 4월 접속).
↩ [11] 스티븐 킹(Stephen Edwin King), 김진준 역, 『유혹하는 글쓰기』, 김영사, 2021.
↩ [12] George Orwell, “Politics and the English Language”, 『Horizon』, April 1946; 한국어 번역본은 조지 오웰, 이한중 역, 『나는 왜 쓰는가』, 한겨레출판, 2010에 수록.
↩ [13] 국립국어원, 『일본어 투 용어 순화 자료집』, 국립국어원, 2006, (2026년 4월 접속).
↩ [14] 강탁호, 「<일촌맺기> ‘칼의 노래’, ‘남한산성’ 작가 김훈」, 『포항공대신문』, 2007년 4월 4일, (2026년 4월 접속).
↩ [15] 조선비즈, 「<강연> 작가 김훈 ‘나는 왜 쓰는가’」, 2014년 11월 1일, (2026년 4월 접속).
↩ [16] 김훈, 『바다의 기별』, 생각의 나무, 2008
↩ [17] 박수밀, 「연암 박지원의 글쓰기 과정 고」, 『溫知論叢』, 제28집, 온지학회, 2011, 204~230쪽; 김다원, 「연암의 자연 사물 관찰과 글쓰기 양상 분석 연구: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여행기를 중심으로」, 『대한지리학회지』 제49권 제5호, 대한지리학회, 2014에서 재인용.
↩ [18] 이용휴, 박동욱·송혁기 역, 『나를 찾아가는 길』, 돌베개, 2014, 「해서 고을 거지 이야기」 中

저자 소개

김현제
배우는 사람이다. 경제학을 공부했고 삶을 예술로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려 철학을 공부하고 있다. 경영 컨설턴트로 일을 시작했고 지금은 기술기반 제조기업의 경영자로 살고 있다. 좋으나 싫으나 매일 하루의 절반 이상을 읽고 쓰는데 쓴다. 자신이 하는 일 중 가장 가치 있는 일로 직원들의 글을 첨삭하고 글쓰기를 가르치는 일을 꼽는다.

기술 진보와 인구 구조의 변화가 환경·사회·지정학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크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줄이는 일을 화두로 삼아 비영리 연구 및 투자 기관을 세워 운영한다.

간결하고 수식이 적은 문장을 쓰려 한다. 한국어로는 피동을 줄이고 우리말을 살리려 애쓴다. 김훈의 문장을 가장 좋아한다. 지은 책으로는 『내가 너를 키운다는 착각』(모랑, 2025)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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