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속 공유 용어집
본문(「권력을 공유하는 기쁨」)과 두 부속(「(행위고찰2) 움직이는 거푸집」·「(행위고찰3) 살아내는 숨결」)이 함께 쓰는 어휘 가운데, 본문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고 두 부속 안에서 자라난 어휘를 한 자리에 모은다. 두 부속이 이 어휘들을 같은 뜻으로 쓰도록 정리하기 위함이다. 본문에 이미 자리잡은 어휘(이소노미·동료애·복수성·제스처·Form-of-life의 본문 정의·수단 없는 수단 등)는 본문의 정의를 따른다.
이 용어집은 닫힌 사전이 아니다. 두 부속을 다듬어 가며 함께 자라난다. 새 어휘가 자리잡으면 여기로 옮겨 둔다. 두 부속이 자라면 함께 자란다.
1. 권력 구조에 관한 어휘 — 자리들이 어떻게 함께 작동하는가
짜임
사람·시간·사물·역할이 서로 맞물려 한 모양을 이루는 구조. 분업과 구별된다. 분업은 일을 나누어 각자 따로 처리하게 하는 구조라면, 짜임은 나뉜 자리들이 서로의 움직임에 응답해 함께 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구조다.
분업은 효율의 짜임이지만 갈라짐은 공명(共鳴)의 짜임이다. 자리들을 명령으로 묶지 않고 자리마다 각자의 음으로 울리게 해서 그 음들이 함께 화음을 이루게 하는 틀이다. — (행위고찰2) 2.3절
본문의 이소노미가 자리들의 동등성을 가리킨다면, 부속의 ‘짜임’은 그 동등한 자리들이 한 회사 안에서 서로 어떻게 맞물려 작동하는지를 가리킨다. 짜임이 단단할 때 권력은 한 사람에게 모이지 않고 여러 자리 사이에서 발생한다.
응답
한 사람·조직이 다른 사람·조직의 움직임을 받아 거기에 답하는 행위. 본문이 그리스어 아르케인(archein, 시작하다)과 프라테인(prattein, 함께 완수하다)의 짝에서 길어 올린 통찰을 부속의 용어로 옮긴 것이다. 한 사람의 시작이 다른 사람의 응답을 받아야 행위가 비로소 완성된다.
시작하는 자와 그 시작에 응답해 함께 완성으로 끌고 가는 자가 한 행위를 이룬다. — (행위고찰2) 2.2절
좋은 Gerere가 자라는 조건은 응답이 매일 일어나는 환경이다. 한 자리가 다른 자리의 의견·문제 제기·신호를 받아 답하는 통로가 막히면 Gerere는 매일의 양식이 아니라 행정 기계로 굳어진다.
분리
한 자리가 다른 자리에 끼어들거나 명령하지 않도록 자리들 사이에 두는 간격. 부속의 핵심 명제를 한 줄로 압축하면 — 분리는 공명의 조건이다.
간격이 있어야 자리마다 자기 음으로 울린다. 각자 자기 음으로 울리는 자리들이 함께 조화를 이루어 화음을 연주할 때 그 사이에서 권력이 발생한다. — (행위고찰2) 2.4절
거버넌스 코드에서 이 원리는 이사회(Facere)·경영진(Agere)·의장과 위원회(Gerere)가 서로의 영역에 침범하지 않아야 한다는 명제로 풀린다. ESG에서는 회사 안의 양식이 회사 밖의 평가에 끌려가지 않아야 한다는 명제로 풀린다. 보고서와 실제 운영 사이의 거리는 분리가 아니라 단절이다. 그 거리를 줄이는 일이 좋은 Gerere다((행위고찰3) 5.5절).
비켜섬 / 비켜선다
한 자리가 자기 할 일을 마친 뒤 다른 자리에 끼어들지 않고 물러나는 행위. 시인이 희곡을 다 쓰고 무대를 떠나는 모습에 비유할 수 있다. 이사회가 헌법(정관·규정)을 만든 뒤 매일의 경영에 개입하지 않는 자세, 경영진이 매일의 결정을 내리되 헌법 자체를 자기 손으로 다시 쓰려 들지 않는 자세를 가리킨다.
한 번 단단히 만들고 비켜서는 자리다. — (행위고찰2) 3.1절
비켜섬은 무관심이 아니다. 자기 영역을 의식적으로 지키는 적극적 행위다. 분리를 행위의 차원에서 풀어낸 어휘다.
살아내다 / 살아내기
본문이 Gerere를 ‘살아내는 일’로 번역하며 도입한 동사. 부속에서는 단순한 ‘살다’나 ‘살아가다’와 구별되는 동사로 일관되게 쓴다. ‘-아내다’ 접미사가 붙어 어려운 일을 끝까지 해내는 의미가 더해진다. 부속이 이 동사로 함께 가리키는 것은 다음 세 가지다.
- 지속성 — 한 차례 만들고 끝나는 일이 아니라 매일 반복해야 하는 일.
- 어려움 — 가만히 두면 행정 기계로 굳거나 그린워싱으로 미끄러지는 자연스러운 기울기를 거슬러야 하는 일.
- 꾸준함 —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다시 시도하는 자세.
셋째 층, Gerere — … 이 모든 것은 ‘살아내는’ 일이다. 한 번 만들고 끝나지도 않고 한 차례의 실행으로 끝나지도 않는다. 늘 다시 살아내야 한다. — 본문 10.3절
부속에서 ‘Gerere는 무엇을 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는가의 자리다’라 적은 문장, ‘살아내는 ESG’라 세운 이름, ‘도달이 아니라 향함이다’라 닫은 문장이 모두 같은 동사 아래 모인다. 부속의 두 표제 — ‘움직이는 거푸집’과 ‘살아내는 숨결’ — 가 모두 이 동사의 의미 안에 놓인다.
2. 출발 단계의 한계에 관한 어휘
잠정성
한국 기업 환경에서 임직원공동소유기업의 구조는 대주주의 의지로 시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 사람의 의지에서 시작된 구조는 그 의지가 흔들리면 함께 흔들린다. 이 출발의 한계를 가짜 평등으로 덮지 않고 정직하게 인정하는 자세가 ‘잠정성’이다.
이 잠정성에는 양면이 있다. 한편으로는 이 시도가 빨리 자리잡는다. … 다른 한편으로는 그 짜임이 빠르게 흔들릴 수 있다. … 짜임은 잠정이지만 그 잠정의 짜임 안에서 임직원의 자리가 점차 두툼해지도록 움직이는 거푸집으로 만들어야 한다. — (행위고찰2) 3.4절
잠정성은 결함이 아니라 출발 단계에 대한 솔직한 인식이다. 이 인식이 자리잡을 때 ‘움직이는 거푸집’이라는 부속의 표제가 의미를 갖는다.
3. ESG에 고유한 어휘
Form-of-life
본문이 아감벤에게서 빌려 도입한 어휘. 부속 (행위고찰3)에서는 ESG의 맥락에서 한 번 더 풀어 쓴다. 한 회사가 매일의 결정과 행위로 자기 고유의 삶의 형식을 만들어 가는 상태. 아감벤 『목적 없는 수단』의 한국어 번역본은 이 말을 ‘삶-의-형태’로 옮긴다. 이 책은 영문 Form-of-life를 주로 쓴다. 한국어로는 ‘삶의 형식’으로 적되, 삶과 형식이 나뉘지 않는다는 아감벤의 취지를 힘주어 드러낼 자리에서는 붙임표를 살려 ‘삶-의-형식’으로 적는다.
ESG는 회사의 밖에 있지 않다. 회사가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있다. 본문이 가져온 아감벤의 표현을 빌리면 회사의 Form-of-life다. … 매일의 결정과 매일의 행위가 하나의 양식으로 이어져 나가는 문화, 그것이 ESG다. — (행위고찰3) 2.1절
본문이 ‘수단 없는 수단의 정치’라는 일반 명제를 가리킨다면, (행위고찰3)은 그 명제가 한 회사의 일상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모양으로 실현되는지를 가리킨다.
그린워싱
ESG 보고서와 실제 운영 사이의 거리에서 자라는 가짜 ESG. 단순한 거짓말 문제가 아니라 ‘분리’의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분리가 자리들 사이의 건강한 간격이라면, 그린워싱은 보고서와 운영 사이에 들어선 단절이다. 간격은 응답으로 채워지지만 단절에는 응답이 없다.
그래서 그린워싱은 단순한 거짓말 문제가 아니다. 보고서와 운영의 거리 문제다. 그 거리를 줄이는 일이 좋은 Gerere의 작업이다. — (행위고찰3) 5.5절
4. 두 부속의 공통 적용 영역
한국 중소기업
두 부속이 본문의 사상을 실제로 적용하는 대상 영역. 본문이 이 영역을 한 줄로 짚었다면, 두 부속은 이 영역에 본문의 사상을 어떻게 적용할지를 구체로 풀어 쓴다.
- 작은 규모, 짧은 역사, 가족 경영의 그림자, 외부 평가 압박, 협력업체와의 관계.
- 한국 중소기업에서는 의장이 자주 CEO를 겸한다. 그래서 Facere(이사회)와 Agere(경영진)의 분리가 더 어렵고 동시에 더 절실하다.
- 글로벌 베스트 프랙티스가 ‘객관’의 옷을 입고 들어올 때 한국 중소기업 임직원의 지식은 ‘주관’으로 떨어지기 쉽다. 이 비대칭을 어떻게 다룰지가 두 부속의 공통 과제다.
자세한 풀이는 (행위고찰2) 6장과 (행위고찰3) 7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