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 브리프 — 가치가 빠지는 결절점에서 소유를 나눈다

이 글은 지우학의 연구 활동을 토대로 한 정책 제안의 웹게시용 공개 버전이다. 이 제안의 수신자는 기업 — AI 비용이 모이는 곳이자 분산 소유가 시작될 자리 — 이다. 진단의 토대는 Research 〉 Theme research의 「AI 경제 전환의 한국판」에, 연구의 경위는 「AI 경제 대전환 연구 — 한국 사회의 관점에서」에 있다. 이 제안이 권고하는 실물의 1인칭 기록은 Essay 「임직원 공동소유기업 만들기 실험」이, 사상의 토대는 『권력을 공유하는 기쁨』(근간, Essay에도 게시)이 맡는다. 이 제안은 진행 중인 실험 하나에 기초하며, 성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게시일: 2026-07-29.

기업 지배구조 브리프 — 가치가 빠지는 결절점에서 소유를 나눈다

1. 결절점 — 가치가 자본으로 바뀌는 곳

AI가 만든 가치가 자본으로 바뀌는 곳은 기업이다. 그 결절점을 들여다본다. 척추는 한 문장이다. 비용은 노동이 치르고, 이득은 자본이 가져간다 — 같은 기업 안에서.

비용을 누가 내는가. 토큰과 연산과 SaaS의 값을 치르는 주체는 기업이다. 멘로벤처스 집계로 2025년 기업의 LLM 지출은 반년 만에 두 배가 됐다. 추론이 학습을 넘어섰다. 한 번 사는 게 아니라 날마다 토큰을 태우는 단계다. 그 큰손은 수출 주력 대기업이다. AI를 가장 깊이 들이는 곳이 가장 크게 거두고, 그곳에서 사람의 일이 밀린다. 비용과 이득과 대체가 한 지붕 아래 모인다.

한 사람을 보자. 그는 회사에서 일한다. 회사가 AI를 도입한다. 그의 일 일부가 AI로 넘어간다. 같은 사람이 그 AI의 값을 함께 댄다. 토큰의 비용은 회사 살림에서 나가고, 회사 살림은 노동이 함께 만든 것이다. 그렇게 치른 이득은 주주에게 간다. 자기를 밀어내는 도구의 값을 자기 노동으로 치르고, 그 과실에서는 빠진다. 같은 기업 안에서 기여와 소유의 고리가 끊긴다.

반론이 있다. 주주는 위험 자본을 댔고 AI 투자의 위험을 진다. 이득은 그 위험의 값이라는 시각이다. 타당하다. 그러나 노동이 비용을 함께 지면서도 소유에서 빠지는 구조 자체는 그 반론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위험을 누가 졌는가와 별개로, 기여한 자가 소유에서 빠진다는 사실은 남는다.

2. 두 길 — 밖의 과세, 안의 소유

가치가 빠져나가기 전에 거두는 길은 둘이다. 밖에서 과세로, 안에서 소유로.

밖의 과세는 AI 부과금과 로봇세로 자본 이득의 일부를 공적으로 거두는 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비용지불자가 곧 수출 주력이라, 생산단계 자동화 과세는 반도체·전자 수출을 정면으로 겨눈다(진단의 상세는 「AI 경제 전환의 한국판」 4절에 있다). 양날의 검이다. 게다가 보수도 진보도 자본을 우대해, 과세의 길은 거듭 막혔다.

안의 소유는 종업원이 회사 지분을 갖는 길이다. 종업원 신탁, 우리사주, 노동이사제가 그것이다. 과세가 막힌 자리의 우회로다. 거시에서 나라가 거두는 길과 기업 안에서 거두는 길은 층이 다르다. 한쪽이 막히면 다른 쪽이 받친다. 이 문서가 보는 길은 후자다.

3. 안의 소유 — 한국의 현황과 빈자리

한국의 기업 단위 소유는 현황과 빈자리가 또렷하다.

우리사주제는 종업원이 자기 회사 지분을 사는 제도지만 참여가 얕다. 상장기업에 쏠리고, 의결권보다 시세차익에 가깝다. 소유의 형식은 있되 권력의 실질이 옅다.

노동이사제는 2022년 공공기관에 들어왔다. 소유가 아니라 발언권이고, 민간에는 없다. 새 정부의 노동 의제도 동일가치노동·비정규 격차·플랫폼 보호로 가지, 노동이사제의 민간 법제화로는 아직 가지 않았다. 공동체주의와 맞닿아 있되 아직 상징에 가깝다.

종업원 신탁(EOT)은 회사 지분을 신탁에 넣어 종업원이 집단으로 소유하는 길이다. 영국과 미국이 법제로 가졌으나 한국에는 그 법제가 없다. 길 자체가 제도로 닫혀 있다. 영국 스콧 베이더(Scott Bader)는 1951년 창업자가 자기 지분 전부를 종업원 공동소유 회사로 옮긴 뒤 수십 년을 이어 온 모범이다. 회사 담벼락을 넘어 지역사회까지 거둔다.

그 공백을 사적 결단이 메운 사례가 있다. ESOP 같은 자본 민주화 제도가 없는 자리에서, 한 중소기업의 대주주가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세워 임직원이 회사의 자본 소유권에 발을 디디게 했다. 비영리 임의단체를 함께 세워 회사가 담지 못하는 '공동체로서의 일'을 맡겼다. 기존 노사협의회의 민주성을 강화하고 이사추천위원회를 새로 만들었다. 제도가 없으면 대주주 한 사람의 의지로만 길이 난다. 한 사람이 마음을 바꾸면 길도 닫힌다. 그것이 빈자리의 크기다. 제도의 부재가 분배를 우연에 맡긴다.

4. 왜 나누는가 — 사상적 토대

지분을 나누는 일은 분배의 기술이 아니다. 권력의 자리를 옮기는 일이다. 그 사상은 김현제의 『권력을 공유하는 기쁨』과 『무엇을 할 것인가』가 짓는다. 여기서는 기둥 넷만 간추린다. 논증의 몸통은 두 책이 맡는다.

첫째, 기업의 실체는 임직원이다. 법인은 종이 위의 상징이고, 회사를 이루는 것은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임직원은 지배구조에 마땅한 몫으로 참여해야 한다. 기업이 존재하는 첫째 이유도 이윤이 아니라 일터다. 일자리를 넘어, 좋은 삶을 익히고 자기를 펼치는 자리로서의 일터다.

둘째, 권력은 쥐는 것이 아니라 사이에서 나는 것이다. 지분도 의결권도 결재권도 그 자체로는 아직 권력이 아니다. 진짜 권력은 사람들이 함께 말하고 행위할 때 그들 사이에서 솟는다. 지분은 그 만남을 여는 문고리이지, 만남 그 자체가 아니다.

셋째, 평등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법과 제도가 평등을 짓는다. 효율을 좇아 절차를 줄이면 힘없는 쪽의 자리가 먼저 사라진다. 그래서 협의회의 규정 하나, 위원회의 절차 하나가 한낱 행정이 아니다. 평등을 날마다 다시 세우는 공사다.

넷째, 공동소유는 회사의 성격을 바꾸는 시도다. 명령과 복종으로 짜인 사적 살림의 공간을, 동료들이 대등하게 마주 서는 공적 공간으로 옮긴다. 고대의 말을 빌리면 오이코스에서 폴리스로 가는 길이다.

단서 하나가 남는다. 장부에 적힌 소유와 몸으로 하는 참여는 다르다. 지분을 고르게 나눠도 결정이 한 사람에게 몰리면 공동소유는 이름에 그친다. 소유가 권력의 실질로 건너가야 한다. 다음 장은 그 건너감의 설계다.

5. 어떻게 짓는가 — 거버넌스 코드

소유를 권력의 실질로 옮기려면 권력이 나는 자리부터 갈라야 한다. 『권력을 공유하는 기쁨』이 로마의 문인 바로(Varro)에게서 빌려 온 세 동사 — Facere·Agere·Gerere — 가 그 구획이다.

  • Facere(만들기) — 이사회. 회사의 헌법을 짓는 자리다. 무엇을 할지의 틀을 세운다.
  • Agere(행하기) — 경영진. 그 헌법을 매일 수행하는 자리다.
  • Gerere(살아내기) — 의장·위원회·일상. 무엇을 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는가의 자리다. 같은 이사회, 같은 노사협의회, 같은 ESG 보고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회사를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

요체는 셋을 가르되 서로 기대게 하는 데 있다. 분리는 공명의 조건이다. 이사회가 날마다의 경영에 손을 뻗으면 경영진의 행위가 갈피를 잃고, 경영진이 거버넌스 규정을 제 손으로 만지면 헌법이 흔들린다. 세 층이 서로 명령하지 않고 공명할 때만 이소노미가 산다.

이 삼층을 떠받치는 네 장치가 있다.

  • 공동근로복지기금 — 지분을 모두의 것으로 만들어, 시키는 사람과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의 구별을 없앤다. 임직원을 회사의 운명에 묶는다.
  • 강화된 노사협의회 — 일상의 의제가 헌법으로 올라가는 통로다. '아래에서 본 회사'의 모습이 헌법의 짜임에 들어온다. 합의에 이르지 못한 자리에서도 상대의 목소리를 받아 안고 결정하는 '응답으로서의 결정'의 자리다.
  • 이사추천위원회 — 누가 회사를 대표할지 임직원이 함께 정해, 권한이 한쪽으로 몰리는 길을 막는다.
  • 커먼웰스(비영리 임의단체) — 회사가 담지 못하는 '공동체로서의 일'을 맡는다.

네 장치는 한 몸으로 움직인다. 맞서는 노사를 나란한 동료로 바꾸는 일을 넷이 나누어 진다. 그래서 이 자리들에서 나는 갈등은 막아야 할 사고가 아니라 살려야 할 신호다. 갈등이 사라진 노사협의회는 동료애가 살아 있다는 증거가 아니라 복수성이 죽었다는 징후다. 대등한 동료들이 일하는 회사는 시끄럽다. 그 시끄러움이 권력이 살아 있다는 표지다.

한국 중소기업의 결

이 짜임은 한국 중소기업의 현실에서 두 가지 변형을 거친다.

한 사람이 두 자리를 겸한다. 한국 중소기업에서는 대주주가 CEO이면서 이사회 의장인 경우가 많다. 만들기와 행하기가 한 사람 안에 포개진다. 분리는 사람의 분리가 아니라 머릿속 역할의 분리가 된다. 이 현실을 없는 셈 치면 지배구조를 고칠 출발선 자체가 없어진다. 인정하되, 그 안에서 분리를 살리는 길을 찾는다. 겸임이 이어지는 동안에는 위원회에 더 큰 몫을 지운다. 사외이사·감사위원회·노사협의회·이사추천위원회가 취약해진 분리를 바깥에서 떠받친다.

대주주의 의지에서 시작하는 잠정성을 정직하게 인정한다. 한국에는 ESOP 같은 제도가 정착하지 않아, 이런 짜임은 대주주의 결심 없이는 시작하기 어렵다. 그 잠정성을 가짜 평등으로 꾸미지 않는다. 대신 움직이는 거푸집으로 만든다. 처음에 대주주가 쥔 결정 권한을 차츰 이사추천위원회와 노사협의회와 공동근로복지기금의 자리로 옮긴다. 그 옮김의 속도와 방식을 미리 헌법에 새겨 둔다. 스스로 자기를 옮겨 가는 거푸집으로. 그때 잠정성은 잠정인 채로 끝나지 않고 진짜 짜임으로 자란다.

6. 양심 — 울타리 밖

여기까지가 울타리 안의 이야기다. 그러나 기업 단위 소유는 울타리 안의 사람만 거둔다. 그래서 마지막 시험이 가장 무겁다. 세 물음을 통과해야 한다(「AI 경제 전환의 한국판」 6절 참조).

첫째, 분배가 쏠리는가. AI 가치의 포착은 대기업과 수출 주력에 쏠린다. 통계개발원 집계로 AI 도입률은 대기업 9.2%, 중소기업 2.9%로 세 배가 넘는다. 우리사주도 대기업에 쏠린다. 둘이 겹치면 노동 이중구조를 되레 굳힌다. 대기업 정규직은 주주가 되고, 중소·비정규·플랫폼 노동은 그 바깥에 남는다.

둘째, 권력이 쏠리는가. 소유를 나눠도 권력은 다시 한곳으로 모인다. 참여는 평소에 식고 위기 때만 살아난다. 장부의 소유와 실질의 참여는 다르다. 지분을 고르게 나눠도 의결의 실질이 한쪽으로 쏠리면 이름만 공동소유다.

셋째, 위험을 전가하는가. 회사 지분으로 노후를 채우면 노동자의 삶이 회사 한 곳의 사이클에 묶인다. 분산과 보편이 답이다.

이 셋의 뿌리에 한 물음이 있다. 누가 '임직원'인가. 임직원공동소유기업이 누구를 임직원으로 받아들이는가가, 그 회사가 폴리스인지 오이코스인지를 가른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직접고용과 간접고용, 공식 노동과 그늘 노동, 그리고 플랫폼 노동. 울타리를 좁게 그으면, 공동소유는 또 하나의 그늘 위에 선다. 김현제의 『무엇을 할 것인가』가 ㈜지우학 발기인 선언에 적은 한 줄이 이 자리를 가리킨다. 노동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그가 처한 지위가 어떠하든 공평한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하고, 생애주기에 걸쳐 노동과 소득이 고루 분배되도록 하는 일. 그 뜻이 향하는 곳이 울타리 밖이다.

그래서 두 손이 짐을 나눈다. 기업 단위 소유는 울타리 안의 집중을 푼다. 그러나 울타리 밖 — 중소·비정규·플랫폼 — 은 기업 혼자 거두지 못한다. 그 자리는 보편 자본계좌와 공적 장치가 맡아야 한다. 진단은 「AI 경제 전환의 한국판」 2절과 3절에 있고, 정부를 수신자로 삼는 「정부 연구 브리프 — AI·인구 이중 충격과 자본 소유의 사전분배」와 정당을 수신자로 삼는 「정당 정책 제안 — 수급자가 아니라 주인으로」가 형제 제안으로 이 Editorial에 나란히 선다. 분산 소유로 국가의 집중을 풀되, 보편으로 울타리 밖을 함께 거둔다. 기업 단위 소유는 한 조각이다. 혼자서는 이중구조를 되레 키울 수 있다.

7. 무엇을 먼저 할 것인가

기업은 비용지불자이자 노동 대체의 현장이고, 동시에 분산된 자본 소유가 깃들 수 있는 장소다. 독자에 따라 첫걸음이 다르다.

AI를 들이는 일반 기업에게. 당신의 회사가 AI를 들이는 자리가, 곧 사람의 일이 밀리는 자리다. 밀려나는 노동에게 지분으로 응답할 수 있다. 거창한 EOT 법제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한다. 우리사주를 시세차익의 상품에서 의결권의 자리로 끌어올린다. 노사협의회를 통보의 자리에서 의제를 함께 짜는 자리로 바꾼다. 공동근로복지기금으로 임직원을 회사의 자본에 묶는다. 그리고 그 권한을 차츰 임직원의 자리로 옮기는 '움직이는 거푸집'을 헌법에 새긴다. 작게 시작하되, 옮김의 약속을 문서로 박는다.

AI를 파는 AI 기업에게. 당신의 회사는 AI가 만든 잉여가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모이는 자리다. 그 잉여를 누가 나눌 것인가가 다음 한 세대의 불평등을 가른다. 종업원 소유를 설계의 기본값으로 둘 수 있다. 나아가, 가치를 함께 만드는 사용자와 데이터 제공자에게까지 소유의 자리를 넓히는 일도 물을 수 있다. AI 기업이 소유의 모범을 세우면, AI 비용을 치르는 수많은 일반 기업이 따라올 길이 열린다.

두 독자에게 같은 한 줄을 남긴다. 끊어진 일과 소유의 고리를 잇는 답은 수표를 받는 고객이 아니라 몫을 가진 주인을 세우는 데까지 간다. 다만 그 주인됨이 장부에 그치면 껍데기다. 소유가 권력의 실질로 가야 한다. 김현제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적었듯, 일개 중소기업에서나마 인간 소외를 극복하고 구성원 모두가 성장의 이득을 공평히 누리도록 하는 경제적·사회적 인프라를 짓는 일 — 그것이 이 문서가 기업에게 거는 일이다.


출처 일람

수치와 분석의 근거는 Theme research 「AI 경제 전환의 한국판」에 있다. 사상적 토대는 김현제의 두 저작에서 온다.

  • AI 자본·도입률 — Menlo Ventures, "2025: The State of Generative AI in the Enterprise"(2025): 기업 LLM 지출 35억→84억 달러(반년), 추론>학습. 통계청 통계개발원, 「통계플러스 2024년 봄호」: AI 도입률 대기업 9.2%·중소 2.9%(2021). 중소기업중앙회(2025): 중소 5.3%. 대한상공회의소(2026.6): 생성형 AI 활용률 대기업 66.5%·중소 52.7%.
  • 기업 단위 소유 제도 — 우리사주(상장기업 쏠림), 노동이사제(2022 공공기관 도입, 민간 미법제화), 종업원 신탁(EOT, 한국 법제 부재; 영국 Scott Bader Commonwealth 1951).
  • 노동정책 배경 — 고용노동부 2026년 업무보고(2025.12):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로드맵, 비정규·플랫폼 보호.
  • 사상적 토대 — 김현제, 『권력을 공유하는 기쁨』(근간): 바로의 Facere·Agere·Gerere 삼분법, 아렌트의 권력론·이소노미, 오이코스/폴리스, 거버넌스 코드 삼층구조와 한국 중소기업 변형(의장-CEO 겸임·움직이는 거푸집), 네 장치(공동근로복지기금·강화된 노사협의회·이사추천위원회·커먼웰스). 김현제, 『무엇을 할 것인가』(2024): 기업의 실체는 임직원, 일자리가 아닌 일터, ㈜지우학 발기인 선언("지위가 어떠하든 공평한 기회").